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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 살아남는다는건...?
민경이 누나.
그녀도 연약한 여자일 뿐이다.
그런데도 자진해서 미끼가 된다는 것.
아마도 그 중에서 자신이 가장 나이가 많은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것이겠지.
중학생의 초롱이나 그저 울보인 소영이가 미끼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히익...이 괴물자식. 무...무서워...”
민경이 누나는 울 듯한 표정으로 겁에 질려있었다.
슬금슬금 기어가는 생물체.
초롱이와 소영이는 이미 멀리 떨어진 상태였다.
“누나. 제발 부탁해. 딱 한번이야. 한번. 그 한번만 피해주면 내가 꼭 작살을 꽂아 넣을게. 부탁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누나를 보며 조용히 생물체의 뒤를 따라갔다.
누나에게로 다가간 생물체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내밀더니 순간 표정이 변했다.
바닥에 엎드리듯 웅크린 후 곧바로 점프를 한 생물체.
침착하게도 누나는 자신의 왼쪽방향으로 넘어지면서 피했다.
그 때를 맞춰 나는 뒤에서 바로 작살을 배에다가 꽂아 넣었다.
푸욱.
분명히 감촉이 느껴졌다.
살에 박히는 느낌.
예전에 느꼈던...
느껴였던...
그 느낌이었다.
“까악!!!”
이런 제기랄.
차마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작살에 찔리면 분명 내 힘을 받아서 착지점이 달라질게 분명했는데...
운 없게도 작살은 누나의 반대방향으로 찔러 들어갔기 때문에 생물체의 착지점은 곧 누나가 쓰려져있는 방향 쪽으로 바뀌었다.
누나는 넘어지면서 간신히 피한 거라 더 이상은 피할 수가 없었다.
시발. 안 돼. 제발...제발...
난 있는 힘껏 작살을 밀어냈다.
쿵...
“으...으...응? 으응? 흐흑...흑...흐흑...”
흐느끼는 소리.
그 소리는 민경이 누나가 내는 소리였다.
“누나...괜찮아...?”
“응? 흐흑...흐흑...흐흑...”
굉장히 놀란 듯 누나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 간발의 차이였다.
죽을힘을 다해 밀었기 때문에 생물체는 누나의 바로 오른쪽에 떨어졌다.
그때의 굉음을 무방비상태로 듣게 된 누나.
충격은 더 컸을 것이다.
소영이가 달려오더니 민경이 누나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아니, 위로라기보다는 같이 껴안고 울고 있었다.
“휴우...”
“오빠...괜찮아?”
주저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초롱이가 다가와 물었다.
나도...사실...무섭고 힘들긴 했는데...
그런데도 혼자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참고 있었던 건데...
내 걱정을 해준 초롱이가 내심 고마웠다.
“응...괜찮아. 그나저나 얼른 배를 갈라보자. 뭘로 배를 갈라야 하는지...아아. 도끼로 하면 되겠구나. 좀 도와줄래?”
나와 초롱이는 생물체에게 다가가 몸을 돌리기 위해 밀어봤지만 쉽지가 않았다.
그만큼이나 무거웠다.
“누나. 언제까지 울기만 할 거야? 응? 좀 도와줘. 시간이 없다고.”
“응...? 아...알았어...훌쩍...”
4명이 도와서 밀자 가까스로 몸통을 돌릴 수 있었다.
난 시계에서 도끼 버튼을 눌렀고 아까 작살 때처럼 내 오른손에는 도끼가 생겼다.
배를 가르자 파란색 박스가 하나 나왔다.
박스라기보다는 네모난 돌멩이 같았는데, 크기는 주먹정도였다.
“벌써 1시간이나 썼어. 이제 남은 시간은 고작 2시간이라고. 얼른 잡아야해. 일단 이건 초롱이 네가 가져. 잘 간수하고. 얼른 가자. 시간이 없어.”
초롱이에게 박스를 주고 나서는 이동할 준비를 했다.
시간제한이 지나면 방문은 절대로 열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건데 그건 너무나도 싫다.
꼭 이곳에서 살아나가리라.
난 그렇게 다짐했다.
얼마 가지 않아 우리는 또 다른 생물체를 발견했고, 이번은 아까보단 손쉬웠다.
생물체가 맨 처음 점프할 때는 스피드가 굉장히 느리기 때문에 작살을 꽂아 넣기 굉장히 편했다.
그렇게 차례차례 잡고 나니, 어느덧 3마리까지 잡게 되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30분.
박스는 나를 제외하고 하나씩 갖고 있게 했다.
이제 마지막 한 마리.
한 마리의 생물체를 잡기엔 적절한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문 쪽 근처의 생물체를 잡을 생각으로 문부터 찾기로 했다.
시계의 레이더를 이용해 문을 찾았고, 문은 지금까지의 문과 다를 게 없었다.
문을 찾고 나서는 생물체를 찾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생물체는 문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좋아.
저게 마지막이다.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민경이 누나가 미끼 역할, 내가 마무리를 하는 식의 방법을 쓰기로 했다.
누나가 먼저 작살을 던져 시선을 끌었고, 난 조용히 생물체의 뒤를 쫓았다.
이윽고 점프를 한 생물체의 배에 작살을 꽂아 넣었고, 생물체는 바닥에 고꾸라졌다.
드디어 마지막 박스를 얻는 순간.
생물체를 뒤집어놓는 일까지 끝낸 나는 기진맥진하여 자리에 털썩 드러누웠다.
“오빠. 너무 멋져. 히힛.”
초롱이의 말에 뭐라 대꾸해주고 싶었으나 그럴 힘도 없다.
그냥 눈을 감고 자고 싶을 정도였다.
“박스는 내가 꺼낼게. 쉬고 있어.”
민경이 누나는 내 도끼를 빌려가서는 생물체에게로 다가갔다.
됐어.
이걸로 무사히 다음 방으로 갈 수 있어.
“자...이게 마지막 박스...얘들아 드디어 다...허헉...”
“언니!!!”
응? 무슨 일이지?
난 일어나서 소리가 들린 곳을 쳐다보았다.
아...젠장...
깜빡하고 있었다.
제기랄...
“하하. 기다리고 있었다. 박스. 고맙게 갖도록 하지.”
저 놈을 잊고 있었어.
같은 팀인 기분 나쁜 저 놈.
혼자 생물체를 잡으려고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놈은 민경이 누나를 밀치며 박스를 빼앗아 문 쪽으로 달아나버렸다.
이제 남은 시간은 고작 5분.
생물체를 잡을 시간도,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어떡해...흐흐흑...흐잉...”
소영이는 또 울고 있었다.
머리가 아파왔다.
이게 꿈이면 얼마나 좋을까.
“미안해. 내가 뺏겼어...박스를...”
우리에게 있는 박스는 이제 3개뿐.
4명 중 한명은...이곳을 못나가게 된다.
박스가 없는 사람...
바로 나다.
“안 돼. 기수 오빠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모두 오빠가 한 거나 다름없잖아. 오빠 없이는 이 방을 벗어난 다해도 살 수 없단 말이야!!!”
초롱이의 말에 다들 수긍하는 듯 했지만 그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내가 살아야한다면 누군가 죽어야만 한다.
저 놈을 팀에 끼는 게 아니었는데.
빠드득.
분노에 이성을 잃을 것만 같았다.
“내...내가 뺏기긴 했지만...그래도 난 많이 도왔어. 내가 미끼를 했잖아!!! 나는 살아야해. 나는!!!”
민경이 누나의 말에 소영이는 혼잣말로 ‘살고 싶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이런 젠장. 으아아아악!!!”
고작 남은 시간 3분.
시간이 다시 우리를 옭아매고 있었다.
“기수야...맞잖아. 나는 도움이 되었잖아? 그치?”
“그럼 뭐야? 내가 죽으라 이거야?”
“아니...너는 꼭 필요한 존재니까. 그러니까...음...뭐 소영이도 일단은 앞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고...으응...”
“먼말이 하고 싶은 건데? 이런 신발.”
“그러니까 내말은!!! 초롱이. 초롱이는 몸집도 작고, 가장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니...허헉...커억!!!”
순간 민경이 누나의 입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누나의 가슴에는 작살의 촉부분이 튀어나와 있었다.
뒤에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작살을 쥐고 있는 초롱이가 있었다.
“초롱이...너...?”
“오빠. 이제...사람 3명 된거지...? 그렇지? 시간없으니까...빨리 가자...응?”
“쿨럭...커억...흐흑...커커컥...”
민경이 누나의 피가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출처-웃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