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까지 기말 시험을 보고 내년 봄에 군대갈 예정인 20대 초반 청년입니다.
심심해서 전에 있었던 일을 쓰려고 합니다.
지난 11월 11일 빼빼로 데이에 여자 친구가 없는 저는 커플들 사이에서 우울하게 보내고 싶지 않아 수업 같이 듣는 짝꿍한테 빼빼로도 사다주고, 사람들과 사진도 찍으며 나름 즐겁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밤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밀린 공부도 했습니다. 도서관에서 한참 공부하다가 이제 집에 가야겠다라고 생각하여 도서관에서 나왔습니다. 여자친구가 없어서 많이 행복하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공부했기에 행복해하며 발걸음도 가볍게 집을 향해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뭔가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뭐지?하고 생각해서 자세히 보니깐 백양관 건물(학교 건물 중 하나) 앞에 왠 사람이 엎어져 있더라구요. 바지와 속옷은 내려가 있던 상태였습니다. 자세히는 못 봤지만 옷은 허름하고 지저분한 것 같아 술 취한 노숙인인 줄 알았어요. 지금처럼 춥지는 않았지만 그날도 조금 쌀쌀했기에, 혹시 얼어 죽은 건 아닌가 생각해서 기겁을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 주변사람들한테 사람이 쓰러져 있다고 도와 달라고 하니깐 사람들이 모여들더라구요. 그리고 근처 건물에 들어가서 관리아저씨께 도와달라고 했어요. 관리아저씨가 나오시고 사람들도 많으니 알아서 되겠지 생각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정문까지 걸어가고 있었는데, 뭔가 미안함을 느껴지더군요.
술깨는 약이라도 사다주고 가야겠다라고 생각해서, 근처 약국에 가 봤는데 죄다 닫혀 있었어요. 그래서 근처 편의점에서 술 깨는데 도움 될만한 드링크제를 사서 백양관에 가보니깐 그 취객 분은 화장실에 가셨다고 관리인 아저씨가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나오면 이거 마시라고 하고 가려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관리 아저씨가 이 사람 여자라고 하더라구요. 좀 황당했습니다; 관리 아저씨도 남자인 줄 알았는데, 그 취한 분 바지 올려 드리는데 뭔가 느낌이 남자가 아니더랍니다. 제가 처음 발견했을 때 그 여성분이 뒤집어져 있어서 얼굴도 못 봤고, 옷도 남자같이 입었었기에 남자분인줄 알았어요.
여자라고 하시니깐, 다음부터 술 마시고 그러지 말라고 한 마디 해주고,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게 조취를 취해야 할 것 같더라구요. 제가 약 사러 갔을 때 어떤 형이 관리아저싸와 그 여자분을 백양관으로 옮기는 것 도와주셨는데 그 분도 걱정이 되셨는지 남아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그 여자분이 화장실에서 나올 때까지 음료수 뽑아서 나눠 마시면서 얘기 하고 있었습니다. 화장실에서 나왔는데도 이 여자 분 정신을 전혀 못 차리시더라구요. 도와주신 형하고 어떻게 해야 할 지 얘기하다가 근처 경찰서에 데려다 주자고 결론을 내리고, 한쪽 팔 씩 어께에 짊어 지고 나오는데 와... 너무 무겁더군요 ㅠ... 제가 평소 때 운동을 게을리 해서 그런 것일 지 모르겠지만 많이 힘들었습니다. 여자는 모두 솜털 같이 가벼울 줄 알았는데... 물론 이 여자분 몸무게가 저보다는 많이 나갈 것 같았어요. 제가 이 때 60정도 됐으니깐요. 드라마에서 남자가 여자 업고 가는 장면 많이 봤는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정문을 향해 가고 있는데 옆에 계시던 형이 그 분 핸드폰을 발견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그거 뺏어서 그 분 친구 분께 연락해서 데려가라고 하고 일단 정문 옆에 있는 관리실로 들어갔습니다. 같이 계시던 형은 CPA준비하시던 분이라 공부해야 한다고, 일 해결 되면 연락달라고 저한테 연락처 남겨 주시고 중앙 도서관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친구분께 연락 드려서 저는 그 분 오실 때까지 관리실에서 기다렸습니다. 한 참 뒤에 친구 분이 오셔서 용산에 있는 집에서 같이 술 마시고 헤어졌는데 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라고 하더라구요. (이분들 학교 학생은 아닌 것 않았어요. 연세가 있어 보였거든요. 한 30대 초반정도?) 그리고 다음에 사례해주겠다고 연락처를 달라고 하시더군요. 됐다고 했는데 미안하다고 그러면서 또 물어보셔서 알려 드렸습니다.
집에 가고 싶었지만 이미 시간은 늦어서 전철이 끊길 시간이었기에 중도에서 자다가 새벽에 학교 돌아가서 샤워하고 과동아리 방에 들어가서 잠 좀 자다가 피곤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ㅠ...
며칠 뒤 수업이 끝나고 전철 타고 집에 가는데 취하셨던 분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왔어요.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무슨 실수 안 했냐고 하시는데, 차마 바지 벗고 있었고, 도와준 저하고 형한테 막말했었다고 말을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실수 안 했다고 하고 몇 마디 더 하다가 끊었습니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가 찾아오고 연말도 오네요.
모두들 술 너무 많이 드시지 마시고 특히 여성분들은 안전하게 귀가 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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