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개에게 밥을 주면서.........
금방 나는 옥상에 올라가 두 마리의 개에게 음식을 주고 내려왔다. 한 마리는 12살 된 늙은 수컷이고, 다른 한 마리는 5살 된 젊은 수컷이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늙으면 똑같은 것인가. 늙은 녀석은 12년 전,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IMF환란시절에 무수한 기업들이 쓰러지면서 길거리로 쫓겨났던 직장인들처럼, 주인에게 버림받고 길거리에 떠돌던 유기견이었다. 당시 녀석은 태어난 지 겨우 3개월 남짓한 귀엽고 예쁜 강아지였다. 하지만, 녀석의 건강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온몸에 피부병으로 귀에 고름이 가득하고, 온몸에 비듬과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났다.
나는 녀석을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정성껏 치료와 예방접종을 했다. 병이 완치되자, 녀석은 세상에 어느 강아지보다 예쁘고 귀여운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녀석은 영리하여 별도의 훈련을 시키지 않았는데도, 참으로 신기하게 나와 동거 첫날부터 방안에서 대소변을 보지 않고, 반드시 화장실에서 처리했다. 언젠가 나는 급작스런 일이 생겨 녀석을 혼자 두고 3일 동안 집을 비운 적이 있었다. 집에 돌아오니, 녀석은 사료를 말끔히 먹어 치웠는데 방안에 대소변의 흔적이 전혀 보지 않았다. 화장실의 문은 잠겨 있었는데....... 나는 놀란 나머지, 녀석을 데리고 집밖을 나왔다.
녀석은 나와 함께 집밖에 달려 나오자마자, 그제야 끝없는 한강의 줄기처럼 소변을 흘러냈다. 그리고 산책을 돌면서 무려 서너 차례의 대변을 보았다. 정말, 나는 녀석에게 미안해서 달려가, 녀석을 보듬어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녀석은 주인이 아닌 사람이 아무리 맛난 것으로 유혹해도 가지 않았다. 항상 주인 곁을 떠나지 않고 따라다녔다. 주인의 허락이 없으면 아무리 맛난 음식에도 입을 절대 대지 않았다. 녀석은 다른 개들에게는 절대 지지 않는 용맹(?)을 보였지만, 나의 집에 찾아오는 철없는 어린 조카들이 녀석의 꼬리를 잡아당기고 괴롭혀도 절대로 물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녀석의 별명은 ‘공자님’이 되었다. 당연히 녀석은 가족들로부터 사랑을 온몸에 받았다.
하지만, 녀석도 세월을 빗겨갈 수 없는지, 지금은 많이 늙었다. 눈에 띄게 살이 없어 앙상하고, 털도 빠지면서, 눈에는 노안(老眼)으로 백내장이 찾아왔다. 하루라도 방치해두면, 눈에 달라붙은 눈곱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이빨도 모두 빠져서 사료를 죽처럼 쑤어 주어야만 한다. 그것도 시각 기능과 후각 기능도 노화되었는지, 사료를 주어도 제대로 찾지 못한다. 녀석의 코앞에 사료를 갖다 주어야만 한다. 당연히 음식을 먹는 속도도 젊은 수컷을 당해낼 수 없다. 내가 주의하지 않으면 젊은 수컷은 자신의 몫을 날름 먹어치우고, 늙은 녀석의 것을 빼앗아 먹어치운다. 녀석이 젊은 시절이었다면, 어림도 없는 상황이지만, 지금은 젊은 녀석이 다가와도 늙은 녀석은 꼬리를 내리고 음식을 포기하고 물러난다.
그래서 나는 두 녀석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늙은 녀석은 끝내 굶어 죽을 것이다. 불현듯, 나도 늙은 저 늙은 녀석처럼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무기력하게 될 것인가. 하루 종일 햇볕만 쐬면서, 주인이 음식을 갖고 올라오기만을 기다리는 존재가 될 것인가. 나는 노인이 되면, 무기력하게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죽을 때까지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과연 그런 의미 있는 삶은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앞으로 돈을 많이 벌 것인가? 아니다, 나는 내 인생의 스스로 후회 없고, 죽음의 순간까지 내가 해야 할 것들에 생각해 보았다. 아, 나는 죽을 때까지 글을 쓰고 싶다. 남들이 이해하던 못하던 나만의 글을....... 그런데, 늙은 개를 생각하면, 왜 눈물이 나는지.......
추천글 : <MBC, 선덕여왕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추천글 : <혹시 당신은 불쌍한 노예가 아닐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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