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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커들의 선택30대 아재가 만든 나폴리탄 스파게티

Nitro (판) 2017.01.08 10:48 조회83,388
톡톡 요리&레시피 40075


호시: "마스터, 이 사람 이탈리아인인데 나폴리탄 먹은 적이 없다지 뭐예요!"

마스터: "이탈리아 어딘데요?"

훌리오: "나폴리에요."

호시: "봐요! 나폴리에서 태어났는데 나폴리탄을 모른다니. 사누키에서 태어났는데 사누키 우동을 모르는 거랑 똑같잖아요!"

코스즈: "바보군요, 나폴리탄은 일본에서 만든 거예요."

- 아베 야로, "심야식당" 중에서


스파게티는 복잡하게 만들어 먹자면 재료도 이것저것 많이 넣어서 손이 많이 가는 요리로 만들 수도 있지만,

또 간단하게 만들어 먹자면 삶은 면에 토마토 케첩만 뿌려서 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초간단 스파게티에 "햄과 양파, 잘 나가는 가게에선 버섯. 그리고 피망"을 넣으면 나폴리에는 없는 스파게티, 나폴리탄이 됩니다.

    

 

면을 삶는 동안 다른 재료들을 볶아줍니다.

올리브유를 두르고 양파를 볶다가 햄과 피망과 버섯을 넣고 마저 볶아주면 됩니다.

비엔나 소세지를 넣는 레시피도 많은데, 이번에는 심야식당에 나온 버전대로 (그리고 아마도 최초의 나폴리탄이 그랬을 것처럼)

스팸을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서 넣었습니다. 

버섯의 물기가 다 증발할 때까지 볶아준 다음, 불을 줄이고 면이 다 될때까지 기다립니다.


 

보통 알덴테 상태로 삶아서 심이 약간 남아있는 일반적인 스파게티와는 달리 나폴리탄의 면은 속까지 다 익히는 것이 정석입니다.

원래 나폴리탄의 시작이 2차 대전 끝나고 일본을 점령한 미군들에게서 비롯되었거든요.

당시 미군들에게 배급으로 나온 음식 중 하나가 깡통 스파게티였습니다.

어디서나 군인 밥이라는게 다 그렇지만, 퉁퉁 불어터진 스파게티에 토마토 케첩을 뿌려서 그야말로 끼니를 때우는 차원에서 먹었다는 거지요.

이를 보던 뉴 그랜드 호텔(맥아더 장군이 요코하마에 상륙해서 본부로 사용하던 곳)의 주방장이 좀 사람 먹는 밥처럼 먹게 해주려고 양파와 피망, 배급으로 나온 햄 등을 넣고 만든 것이 바로 나폴리탄의 시작이지요.

그 때의 맛을 재현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폴리탄 스파게티는 오랫동안 푹푹 삶은 면을 사용합니다.

일반적인 밀가루 면과는 달라서 오래 끓이더라도 막 풀어지지는 않습니다.


 

다 삶은 면을 건져서 팬에 붓고 볶아줍니다. 얼추 볶아지면 토마토 케첩을 뿌려서 섞어줍니다.

토마토 소스보다 훨씬 짜기 때문에 살짝만 넣어도 간이 맞습니다.

케첩을 뿌리다 보니 드는 생각인데, 예전의 '에그 인 헬' 만들 때도 언급했지만 토마토는 진짜 가난한 사람들의 구명줄이네요.

중세 유럽에서도 토마토 파스타는 가난한 사람들이 굶어죽지 않기 위해 먹었는데, 

요즘도 토마토 케첩은 가난한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니까요.

집 없는 노숙자들 중에서도 정말 가난한 사람들, 구걸도 제대로 못 해서 햄버거 하나 사 먹을 돈이 없는 사람들은

뜨거운 물을 얻어서 토마토 케첩을 풀어넣은 토마토 수프를 만들어 먹으니까요.


 

완성된 나폴리탄. 가루 치즈를 뿌리거나 타바스코 소스를 뿌려 먹으면 됩니다.

이런 요리를 보면 음식이라는 게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많은 나라를 거치며 변화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일본에서 만든 나폴리탄이지만 그 유래는 미군 병사들이 먹던 토마토 케첩과 스파게티에서 비롯되었고, 

또 미국에서 먹던 스파게티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전파했으니까요. 

여기에 토마토 케첩은 한 술 더 떠서 그 시작이 중국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국에서 만들어 먹던 생선 소스인 규즙(鮭汁, 쿼짭)이 인도네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건너가고,

생선 대신 버섯으로 케첩을 만들어 먹던 유럽인들이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19세기 들어서야 토마토를 케첩으로 만들었거든요.


 

이름을 왜 나폴리탄으로 붙였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습니다만, 아마 당시 뉴 그랜드 호텔 주방장이 보기에

이 스파게티가 나폴리타나 소스를 사용한 스파게티와 겉모습은 비슷하게 보여서일 확률이 높습니다.

나폴리타나 소스는 나폴리 지방의 토마토 소스로, 토마토 베이스에 이탈리안 시즈닝 허브를 넣고 끓여서 만듭니다.

그래서 나폴리에 나폴리탄은 없어도 스파게티 나폴리타나(spaghetti napolitana)는 있지요.

토마토 케첩이나 나폴리타나 소스나 결국은 토마토 소스이다보니 겉보기에는 굉장히 비슷합니다. 


먹어보면 뭐 그렇게 엄청나게 맛있지는 않습니다. 그냥 케첩 맛이죠, 뭐.

일본에서는 옛날부터 카페 필수 메뉴로 자리잡았던 탓에 '추억의 맛'이라고 여겨지기도 하는 모양입니다만

어릴 적부터 나폴리탄을 먹은 경험이 없는 입장에서는 좀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맛을 평가하게 됩니다.

다만 만들기가 간편하고 집에 있는 재료를 아무거나 대충 썰어넣어도 좋다는 점에서 의외로 자주 해먹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 옆에서 나폴리탄을 맛있다고 열심히 집어먹는 아이들은 나중에 이걸 추억의 맛으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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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개의 댓글

베스트 댓글

베플 ㅎㅎ 2017.01.0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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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책을 내세요. 꼭 사볼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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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 23 2017.01.0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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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우와.. 1편부터 쭉 정독하고 왔는데 글 솜씨부터 사진, 요리, 플레이팅 솜씨까지 어느 하나 1g도 부족한게 없으시네요. 완전 팬 됐습니다..♥ 이 곳에 올라오는 것이 아닌 잡지나 칼럼으로 나와도 제 돈 주고 사서 읽고 싶은 글이에요. 진심으로요. 앞으로도 꾸준한 글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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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댓글

2017.01.14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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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요리글 책갈피 잘보고있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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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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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매력있다.....이 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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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2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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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일반 시판 토마토 소스에 케쳡이랑 쓰리라차 칠리소스 넣어서 해보세요. 베이컨 숙주 넣으면 좋습니다. 숙주는 미리 후추 마늘고ㅏ 함께 볶아주고 베이컨 나머지 재료 넣고 후람베 하세요. 그럼 불맛도 살짝 나면서 맛있습니다 숙주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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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7.01.12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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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사..사...아씨...사주세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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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2017.01.12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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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오오오 ㅆㅅㅌ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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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7.01.1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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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헉 제발 책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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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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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와 나도 이런 아빠있었으면 좋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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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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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밑댓 걍둘이 겨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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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2017.01.1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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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아저씨 아니 형님 제 워너빕니다 저도 형님같이 소양있고 요리 좀 하는 남자되는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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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7.01.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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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요리잘하는남자들이 멋잇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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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커피 2017.01.1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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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저 글 잘안읽어요 원래 그림만 보고 만족하는 스타일인데
아저씨 글을 다 읽으면서 보게되요 짱멋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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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a 2017.01.1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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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읽고있어요 자주 올려주셔서 감사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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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7.01.1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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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책 제발 내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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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2017.01.1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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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보다 안 되겠어서ㅠㅠ오늘 퇴근하고 만들어 먹었어요 완전 맛납니다ㅋㅋㅋㅋ 저는 토마토나 케찹을 좋아해서 더 맛있네요 재밌고 맛있는 글 감사해요! 진짜 다른분들 말 처럼 책 내주시면 참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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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7.01.1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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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ㅠㅠ 예전부터 아재 정체 궁금했는데....이렇게 다들 성실하게 구독하면서 한결같이 궁금해하는뎅ㅠㅠ....뭐라도 좀 알려줘여 왜 우리랑 밀당해요 ㅠㅠㅠㅠㅠㅜ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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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7.01.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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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오...진짜 책 내주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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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늉 2017.01.1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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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정말 책을내세요 ! 결혼하고싶어요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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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 2017.01.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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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스파게티 별로안좋아하는데 정말 맛있게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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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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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설명 진짜 귀에쏙쏙 잘 들어옴짱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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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2017.01.0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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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첩으로 소스를 만든 파스타는 먹어본적이 없어서 맛이 궁굼하네요
시쿰시쿰 하진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구요..
엄청 맛있어 보이네요, 저도 따라해봐야겠어요 ㅇ_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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