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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오늘의 벚꽃

벚꽃 (판) 2017.04.11 00:40 조회1,058
톡톡 군화와 고무신 군화거꾸로
4년전 오늘은 우리가 사랑을 시작했던 날이었어

벚꽃이 예쁘게 핀 봄이었고
열여덟 어린나이에
봄바람처럼 살랑 불어온 너를, 나는 사랑하게 되었다.


둘다 어린 나이었던지라 우리에게 연애는 영락없는 철없는 아이들의 사랑이었어

나는 툭하면 너에게 이별을 말했었고
그 때마다 너는 나를 잡아주었지


1년 2년 3년
해가 지나면서 우리는 여러번의 봄을 맞이했고
새로운 봄을 맞이할 때마다 우리의 연애는 성숙해져갔어

싸우는 일이 줄어들고 어느 누구보다 편한사이,
부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서로에 대한 모든것을 알고 어디를 가든 무엇을 먹든 꼭 함께 했던 가족같은 그런사이가 됐지


그런 우리가 군대라는 장애물 앞에 섰었고
나는 헤어지겠다는 널 붙잡으며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미 가족이 되어버린 너였기에
군대 2년 남짓 되는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너랑 앞으로 50년은 같이 살건데 고작 2년 못기다리겠냐고
자신있게 말했고 그렇게 우린 계속 만남을 이어갔어

나는 널 기다릴 자신이 있었다
전화만 기다리고
휴가만 기다리고
전역만 기다리고

가슴에 달린 막대기가 하나씩 늘어날때마다 너무 사랑스러웠고 너를 기다리는 시간마저 행복했어


그렇게 조금씩 기다리다보니 어느새 니가 멋있는 병장아저씨가 되어있더라



말출을 나와서
전역 후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어

전역하면 같이 집에 하루종일 누워서 과자 먹으며 영화보자
전역 기념으로 어머님 아버님 맛있는 밥 사드리자
여름에는 바다도 놀러가고 그동안 못갔던 놀이공원도 가보자

열심히 돈모아서 우리 꼭 결혼하자




나는 그말을 믿었다


5월 10일 너의 전역일,
하루종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다 너를 만났고
니가 힘들게 준비한 꽃신을 신었다
너무 행복했어

사람이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지



전역하고 한달 두달

하루종일 누워서 영화만보고
바다로 여행도가고
어머님 아버님이랑 밥도먹고

우리의 계획은 하나씩 이루어져갔어




그러던 2016년 12월 겨울, 전역한지 반년
여자인 친구들과 술먹으러 간다던 너를 그냥 보내준것이 정말 후회가 된다



그 다음날 나에게 이별을 통보한 너에게

처음엔 화가 나지 않았다
무엇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냥 친구들이 바람넣은거겠지
내얘기 하다가 안좋은 얘기가 나와서 니가 홧김에 그런걸거야
절대 너는 다른 여자에게 한눈 팔 애가 아니야


일주일 넘게 울며 붙잡았지만
너는 제대로 된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나를 떠났다

마지막으로 붙잡던날 나는
이제 여기서 내가 싫다고 하면 더이상 붙잡지 않겠다고
뒤도 안돌아보고 집에갈거라고
정말 끝인거라고 말했지만

넌 결국 아니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유를 묻자 다른여자가 생겼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그냥 내가 질려서 그런것일거라고
나를 떼어내려고 거짓말한것일거라고 생각하려 애썼다

하지만 몇주 뒤 너의 프로필사진 속 예쁜 여자의 얼굴을 보았을때
우리는 끝이 났다




그렇게 우리의 4년은 망가졌고
나는 세번 울었다


처음엔 너와 헤어질때 울었고
두번짼 너와의 추억이 생각나서, 니가 그리워서 울었고
마지막으로 너를 잊었을 때 울었다




그렇게 헤어지고 추운 겨울을 멍하게 지내다가

기분 전환 겸 귀를 뚫었다
근데 이게 아물다가도 조금만 건드리면 너무 아프더라

결국 한쪽 귀에 염증이 생겼고 힘들게 관리하며 지내야
했다
그러다 어느덧 염증이 사라지고 통증도 무뎌지더라


그 때 생각이 들었다
너도 지금은 나에게 염증처럼 아프고 힘들겠지만
곧 니가 나에게서 잊혀지고 사라지고 무뎌질거라고



무뎌질 때 쯤
그제서야 뒤늦게 주변을 둘러보게 되더라



주변에 날 좋아해주는 사람들
너만큼도 날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들

헤어지기 전까지는 너만큼 날 사랑해주는 남잔 없을거라 했다
하지만 아니었어



난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었음에도 널 기다렸고
비싼 레스토랑이 아니어도 너와 호떡한조각 나누어 먹을 수 있다는 것에 행복했고
너와의 결혼을 꿈꾸며 내 나이 또래 친구들보다 열심히 살았다


그 행복이 너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깨져버렸다




그 후로 니가 미워졌고 싫어졌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헤어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너에게 연락이 오면 절대 받아주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이내 너에게 연락이 왔을 때 나는 너를 내쳤다

나는 더 행복할 수 있다고 되뇌이면서
돌아와달라는 너를 거절했다

마음속으로는 행복했던 너와의 추억을 떠올리면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니가 거의 잊혀져갈때쯤

벚꽃이 피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벚꽃을 보았을 때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아직도 남아있는 4년전 봄의 냄새가
내 심장을 찌르는 듯 하다



역시 나는 너를 잊었지만
너를 잊지 못했다









봄바람이 불면 4년 전 그 봄바람이 날아와 나를 스쳐지나가는 듯 해

그럴 때면 니가 정말 그리워진다



하지만 너는 그냥 봄의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




내가 계속 봄을 사랑하는 이유가 될 수 있게












쓰다보니 4월 10일이 지나버렸구나
방금 10일이 지나가기 전 너에게 온 전화 일부러 받지 않았어
받으면 다시 미련이 생길까봐


이제 정말 끝일 것 같다

말이 두서없어서 정신이 없다
군대 기다려주면 차인다는말 믿지않았는데
이렇게 끝나는구나


정말 후회없을 정도로 널 많이 사랑했다
부디 잘 지내라 ㅎㅎ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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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dksal... 2017.05.1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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