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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좀 지르지 마세요. 정말 죽을 것 같아요.

유약 (판) 2017.09.06 00:23 조회1,076
톡톡 세상에이런일이 꼭봐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후반에 접어든 여자입니다.

제목을 조금 강하게 적은 감이 있지만, 아무튼 조금 전까지 떨려오던 몸을 진정시키고서야 이렇게 글을 남겨 봅니다. 어디다가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저는 당장에 너무 무섭고 진지한데 괜히 별 거 아닌 걸로 치부될까봐 익명의 힘을 빌립니다.


제목처럼 저는 누가 소리를 지를 때마다 말 그대로 죽을 것만 같습니다. 그 소리라는 것은 거의 모든 충격파를 말합니다. 화를 내거나 악을 쓰거나 하는 사람의 음성을 비롯해, 천둥이 친다거나 물건이 떨어지는 소음같은, 강약에 상관없이 신경질적이고 께름칙한 소리들까지 전부 포함입니다.
뭐 그런 걸로 죽을 것 같다고 말하냐,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증상들이 조금 이상합니다.



그러니까 제 증상은 이렇습니다.
누군가가 언성을 높이는 순간, 화를 내는 순간, 악을 지르는 순간 온 몸이 떨리기 시작하고 심장이 쪼그라 듭니다. 팔부터 가슴팍, 배 까지.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온통 긴장한 사람처럼 정신이 막연해지고 몸이 덜덜 요동을 칩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높은 언성과 화난 말투와 목소리 등이 제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거나, 저를 향한 게 아니더라도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플라스틱 컵 같은 작은 물건이 떨어지거나 차가 빨리 지나가는 소리, 천둥소리 등등 모든 큰 소리에도 그렇습니다.
그냥 깜짝 놀라고 마는 것이 아니라 그게 지속됩니다. 순간적으로 온 신경이 예민하게 곤두서고, 왜인지는 몰라도 의기소침해집니다. 입 밖으로는 아무런 말이 나가지 않고 몸이 굳어버리며, 순간적으로 정신이 빠져나간 것 처럼 무기력해지기도 합니다. 소음이 지나간 후 안도의 한숨이 나올 때쯤에는, 머릿 속에서 저절로 그 소음이 들리던 순간을 반복합니다. 그러다보니 가만히 있는데도 맥박은 미친듯이 뛰어대구요.


분명한 것은 적어도 반 년 전까지는 전혀 이런 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성격이야 원래도 긴장을 많이하고 잘 놀라기도 하는 편이었지만, 중요한 일을 앞두지 않은 이상 '소리'에 대해 이렇게까지 반응을 했던 적은 전무했습니다. 귀가 안좋아진 것도 아닌데요.


조금 짐작 가는 게 있다면, 지금의 저는 근 몇 달 간 심적으로 너무나 힘든 시기를 겪어낸 후라는 것 정도입니다.
당시의 저는 대인기피증 비슷한 걸 겪었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밖으로 내밀려질 때마다 모든 사람들이 뭉크의 절규 속 모습처럼 제게 소리를 지르는 환상에 시달린 적이 있고, 그 공포감을 대문 앞에 서는 매 순간마다 느꼈었습니다.
이외에도 그 시간 동안, 겹겹이 쌓인 화를 남들에게 풀 수 없어 제 몸에 칼을 긋는 것으로 대신 한 적도 여러번 있습니다. 쌓인 분노를 밤마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으며 참고 삭힌 적도 많구요.

음. 하지만 이건 짐작일 뿐이지, 당시의 고통을 이겨내고 사회로 나온 저와는 전혀 맞지 않는 상황 같긴 해요. 그냥 제가 전보다 정신상태가 많이 유약해져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놀람'이란 감정이 두려움으로 변질 되는 게 자꾸만 무서워집니다ㅠㅠ


대체 몸이 왜 이런 걸까요.

혹시 비슷한 경험 해보신 분들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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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 2017.09.0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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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전 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풀어요..ㅠ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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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 2017.09.06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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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소리에 좀 민감합니다. 귀가 예민한 편이라 가끔 정말 남들은 아무렇지 않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면 닥치라고 대응하는 편입니다.남한테 피해주는 걸 싫어하는 편이라서 남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모습도 참기 힘든 성격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깡다구가 쎈건지 무모한건지 모르겠지만 어제도 술취한 남자가 고래고래 목청이 터져라 소리지르길래 시끄럽다 닥쳐라 라고 맞대응 한 경험이 있습니다. 대판 싸우고싶었지만 술취한 인간한테 대응을 해봤자 뭐하겠습니까. 저와 다른 면이 있지만 또 소리에 민감하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에 댓글달아봅니다.
자기 자신이 잘못이 없을 때 자기자신에게 화풀이를 하는 건 당연히 힘들 수 있죠. 하지만 그걸 놔두면 더 커질 뿐입니다. 상담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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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7.09.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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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기억은 못하는거지 분명 그럴만한 일이있었을겁니다 심리 상담을 받아보세요 도움이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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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 2017.09.06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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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저는 성인 남자가 제게 소리치는 소리(짧게 야! 라고 하기만 해도)를 들으면 순간 깜짝 놀라고 눈물이 왈칵 쏟아지면서 흐느낌을 좀처럼 진정시키질 못합니다... 한동안 이게 왜 그런지 몰랐는데, 정보를 좀 찾아보니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 제법 겪는 증상이더군요. 대부분 위축되고 덜덜 떠는 증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릴 적 제게 큰소리 치던 아버지의 모습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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