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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읽기를 바라면서도, 읽지 않기를 바라고 쓰는 글

ㅇㅇ (판) 2017.10.12 19:53 조회737
톡톡 사랑과 이별 혼자하는말

너와 함께 하기로 했던,

그리고 함께 하지 않기로 했던 가을이 지나고 있다.

 

가을에 시작하고,

가을에 끝난던 사이라 그런지

이 계절이 되니 문득 네가 떠오른다.

 

그러나 이것은 너에 대해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님을 밝힌다.

그저, 그 시절 어리고, 예뻤던 나에 대한 기억이며

그 때의 나와 시간을 공유했던 존재에 대한

아스라한 기억의 파편일 뿐이다.

 

 

 

너와의 길었던 연애를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시작한

나에 대한 소식을 네가 문득 들었을 때

너는 아마도 나에게 배신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분명히 말하자면

헤어지던 날 그것이 잠시간의 이별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진심이었다.

 

 

 

우리의 긴 연애가 지겨웠는지

어느 날 문득 너는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요구했다.

그것이 헤어짐의 전조증상임을 이미 나는 느꼈기에

더욱 비참해질 내 자신이 겁이 나 너를 붙잡지 않았고,

그런 너는 애매한 행동으로 나를 더욱 혼란시켰다.

너에게 분명한 태도를 요구했을 때야 비로소

너는 나에게 이별을 말하였다.

 

너는 아마 그 때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영 알지 못할 것이다.

그 이후로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세수하다가도 눈물이 흐르고

출근해서 계단을 오르다가도 눈물이 흘렀다.

누가 볼까봐 얼른 닦아내며 한참을 지냈다.

 

그러면서도 너는 가끔씩 핑계를 대며 연락을 했었다.

그리고 한 번쯤은 나도 너에게 연락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헤어졌으면서도

너의 연락을 기다리면서

나의 삶에서 서서히 너를 지워나갔다.

 

 

 

그렇게 너로 인하여,

그리고 나로 인하여

아프고 힘들게 지내기를 두 달.

중요한 발표가 있던 날 후련한 마음으로 집에 온 나에게

너는 두 달만에 전화를 하였고,

다시 만나자고 하였다.

 

평소에 나는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것에 대하여

무척이나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는데,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했던 너를,

가장 많은 시간을 공유했던 너를

차마 내 삶에서 끊어내지 못하고

너와 다시 만났다.

 

 

 

나에게 큰 상처를 준 너였어도

만나면 좋았다.

헤어지려 마음먹고 갔던 날조차도

내 마음에 스스로 의심이 들 만큼.

 

하지만 너와의 결혼을 생각하는 나에게 미래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했던 너.

개인적인 일로는 여기 저기 잘도 다녔으면서,

나를 만나러 오는 것 만큼은 안된다던 너.

보고 싶을 때면 내가 왕복 6시간 이상을 가야 볼 수 있었던 너.

그런 네가 없어도 내가 지낼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던

절묘한 시기의 나의 장기출장.

 

그로 인해 우리는 헤어졌다. 

 

 

이제 와서 너를 탓하고자 함은 아니다.

 

다만 그 때의 헤어짐이

네가 먼저 나에게 고했던 첫 번째 이별이 단초가 되었음을,

그 때의 경험이 없었다면

네가 없는 내 삶은 내가 감히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라는 점은 꼭 말하고 싶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무척이나 좋은 사람이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고,

내가 마음껏 어리광을 부릴 수 있게 하는 사람이다.

 

내가 속상해서 혼자 숨죽여 우는 날이면

갑작스레 나를 찾아 달래주고 가기도 했으며,

내가 짊어지고 있던 무게를 이해해준 사람이다.

 

내가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나를 가만 두면 다시 너를 만날 것 같아 불안하다며

고백을 했던 사람이다.

(물론 그 땐 나도 거절을 했었다.)

 

그와 만나기 전, 너와의 추억을 이야기 할 때면

가만히 듣다가도

'어머니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는데

그래도 좋은 사람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무척이나 괜찮은 사람이었나보다.'고 말하기도 했다.

 

 

 

네가 읽기를 바라면서도, 읽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사실은 네가 읽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읽고 나서 어쩌면 내가 쓴 글일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이별과 새로운 만남의 기간이 짧다는 것,

그리고 너와의 두 번째 이별을 내가 고했다는 것이

나에게는 너에 대한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는 듯하다.

그래서 나 자신을 변호하고 싶었나보다.

 

이제 이 글을 마치려한다.

 

우린 분명 마주치게 될 것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좁으니.

 

그땐 서로에 대한 마음의 짐 없이

인사할 수 있길 바라는 것은

너무 큰 나의 욕심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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