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오글주의] 4년 짝사랑 끝낸썰

무잉 (판) 2018.01.30 02:45 조회146
톡톡 판춘문예 채널보기

 

 

고등학교를 어딜 가면 좋을까

학과공부 입시에 자신없던 나의 최대 고민거리였다.

영어를 잘하긴 했지만 외고에 갈 성적도 되지 않고

일반고에 가기엔 공포스러웠던 입시스트레스가 눈앞에 생경했다.

어디선가 뿅 하고 나타난 너는 지나가는 말로 나에게 "예쁘다"라고 해주었어.

몇번 스쳐 얼굴만 봤던 남자인데, 열여섯살짜리가 사랑이라고 하니 웃긴데,

예쁘다는 말 한마디에 홀라당 콩깍지가 씌인것도 웃긴데.

앞 뒤 분간 못하고 네가 배우는 직업군의 특성화고로 내 진로를 덜컥 정했지.

살랑살랑 벚꽃이 진짜 많이 피었던 봄이었어.

 

알고 보니 너는 아무에게나 예쁘다고 하는 사람이었고,

특별히 나를 여자친구로 만들어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고

그걸 알고도 너를 좋아하는 나를 심심할 때에 불러서 둘이서만 놀기도 했지.

 

너는 내 어깨에 기댈 때도 있었고, 다정한 얼굴로 날 부를 때도 있었고,

오락실가서 드럼치는것도 보여주면서 나 잘했어?하면서 해맑게 칭찬해달라고 하기도 하고,

잠이 안온다며 뜬금없이 노래방에서 부른 노래를 음성메세지로 보내기도 했었어. (쓰다보니 생각났는데 조카괘씸죄)

 

그러면서도 넌 정말 많은 여자친구를 사귀었고, 여자친구가 새로 생긴 널 보며

난 절대 양심은 지켜야한다면서 엉엉 울면서도

여자친구가 있는 너에게 일절 연락을 하지 않았어.

너의 그 연애들은 길지 않았고 난 다시 너의 공백들동안 언제깨질지 모르는 작은 행복을 ,

날 좋아하지 않던 너와 만들어갔어.

 

그래, 나와 스킨십하고 나와 뭔가를 하고 싶지 않아서 다행이었지.

최소한 넌 널 좋은 추억으로 내게 남기는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던 어느날 너에게 정말정말 예쁜 여자친구가 생긴거야.

내가 여태 너를 알던 시간을, 좋아했던 시간을 합쳐도 이제 2일째 된 너와 그분만 못해보였어.

난 이미 이 지겨운 짝사랑을 4년가까이나 이어왔기때문에 많이 지쳐있었어.

너가 좋으면서도 싫기도했고, 연락이 오는것이 너무 힘들면서도 너무 행복했어.

자존감이 바닥이어서 더 그랬지. 사실 짝사랑하면 자존감 갉아먹는건 시간문제잖아?

 

정말 많은 일들이 지나가고, 나는 조용히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이 애증의 긴 시간을 잘라냈어.

겨울이었고 슬펐다. 네가 눈을 빛내면서 나와 얘기했던걸 학교에서 배우니까 똘아이같이 울면서 공부했어. 너와 한번 더 대화할 거리가 생겼을까. 너가 한번이라도 날 봐줄까 하면서 배우려고 들어온 고등학교인데.

넌 이제 지나간 사람이고. 절대 그럴리 없겠지만 혹여라도 네가 내게 온다해도 난 이미 너의 굴곡진 연애를 알기때문에 더 힘들어질것같아 이젠 정말 끝이야. 라는 생각으로 바락바락 애를 써서 공부하고 자격증도 땄다.

 

자격증을 따고, 겨울이었는데 자다가 깨서 거의 매일 울었어.

너를 좋아하는 3-4년동안 혼자 네 생각을 할때 진짜 많이 울었는데, 그때만큼 울었다.

소리가 나면 가족들이 깨고 물틀어놓기엔 화장실까지 가야하니까, 이불에 앉은채로 꺽꺽 숨죽여서 울었다.

누군갈 이렇게 깊이 좋아할수 있을까?

이렇게 싫어하고 미워하면서도 좋아할 수 있을까??

 

조용히 연락을 끊고 너에게 오는 연락에 단답으로 대답했다.

예쁜 여자친구와 연애하느라 바빴는지 아니면 그동안 귀찮았던게 떨어져서 생각도 안나는건지

생각보다 나를 찾지 않더라고. 그걸 캐치하고 난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네 라는 생각이 들 때쯤엔 다 울었기때문에, 다 흘려보냈기 때문에 그랬군, 그랬었군 하며 나 자신을 다독였다.

 

널 탓하지 않아. 이 문장으로 머리를 꽉 채웠다.

 

 

호구같이 등신같이 네가 부르면 네네 하고 달려갔던 나 자신이 안쓰러워

그때의 나를 위로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어.

 

 

 

 

 

 

---------------

 

 

옛날 블로그 정리하다가 스무살초반에 썼던 글 찾아서 추억팔이겸 올립니다 ㅡ///ㅡ

참고로 지금은 애 둘 엄마  ^^....;;

0
0
태그
0개의 댓글
댓글 입력 영역
댓글쓰기
댓글운영정책

해당 게시물에 댓글이 없습니다.

1

책갈피 추가

이 게시글을 책갈피 합니다.
내가 쓴 글 보기에서 그룹관리가 가능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