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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연애가 오늘 끝났습니다

ㅇㅇ (판) 2018.04.17 03:26 조회713
톡톡 사는 얘기 위로해주라
안녕하세요 새벽 3시가 넘었네요
괴로워 잠이 오지 않기에
긴 하소연 좀 하려구 글을 남겨요

어쩌면 흔하디 흔한 이별 얘기일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20대 후반 여자에요
전쟁같던 연애를 이제 막 끝낸 참인데
시원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이제부터 뼈저리게 느껴질 그 사람의 빈 자리가
너무너무 두렵고, 무섭기도 하네요

살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연애 해봤어요
그 중에서도 이번 만남은 누구보다 힘들었고
서로에게 상처만 입혔던것 같아요

저희는 일여년 만나는 동안 행복했고 전쟁같았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말도 하지 않아도
같이 있는것 만으로도 행복했고
식성과 취향이 같아서 뭘 먹어도 어디를 가도 즐거웠어요
그렇게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네요 저흰 너무 안 맞았어요
사실 맞지않단걸 진작 알고 있었는데 애써 부정하고 있었단게 더 적절하겠네요

그거 아세요? 자신의 어두운 부분이 드러나지 않게하는 사람이 있대요 그게 바로 ‘잘 맞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저희는 아니었어요
같이 있으면 나쁜 모습이 증폭되는 사이었어요

싸우기라도 하면
폭언, 비아냥, 폭력, 자존심, 이기심이 폭발하듯
서로에게 내던져져 상처주고 관계를 망쳐 놓기 일쑤인..

전남자친구가 그러더라구요
연애하면서 한번도 이런적이 없었는데
너랑만 이렇다고.. 저랑 있으면 성격이 나빠지는것 같다구요
저도 딱 저렇게 느끼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저희는 표면적으로는 너무 잘 맞아요
주량도 비슷하고 식성도 비슷하고 성격도 비슷했어요

그런데 자존심이 쌘 부분, 냉정한 부분, 청개구리같은 부분마저 비슷해서 서로를 더 약올리고 져주는게 없었어요
결국 감정이 쌓이게 되니까 가시같이 뾰족한 말만 하게되고
누구 한명이 나쁘게 말하면 더 심하게 더 나쁘게 받아치고 결국 작은 비난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서로 주먹질에 욕까지 서슴없이 했어요

최악이죠

그렇게 싸우다가 한번 헤어졌었는데
제가 애정결핍인지 나쁜사람인거 알면서도 못헤어지겠어서
호구같이 붙잡았지만
남자친구는 단호하더라구요
그래도 헤어지고 3개월 가량 지나니까 제 맘이 거의 정리되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됐었어요
‘헤어지길 잘했다 그 사람 뭐가 좋다고 계속 만났을까
정말 최악이었고 만약 결혼이라도 했으면 인생 망하는거였다’
라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런데 또 한편으론 행복했고 잘 맞아서 즐거웠던 추억들, 개구쟁이같던 그 사람 표정, 안아주던 손길, 내 앞에서만 보여주던 몸치댄스, 함께 장을 보거나 요리를 해 먹던 날들, 추리하게 입고 티비보며 느긋하게 보내던 소소한 일상들이 가끔 떠올라 저도 모르게 회상하면 미소짓곤 했어요

헤어진 후 여러명 저를 좋다고 다가왔지만 뿌리쳤어요
저는 당시에 이별하는게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다시는 이런 힘든거 겪고싶지 않다는 맘 뿐이었고 그러다보니
이제 정말 헤어지지 않을 사람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사람을 좀 더 신중하게, 오래 보고 만나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좀 더 시간이 흘러 제 경계심을 풀어주는 따뜻한 사람이 다가왔어요 사귀진 않았고 연락하고 만나서 밥먹으며 한달정도 신중하게 서로 알아갔지만 마음이 가지가 않았어요 그 새로운 사람이 잘해줄 수록 전남친 생각이 더 크게 날 뿐이었죠

그 새로운 사람은 5살 연상에 연애에 올인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차분하게 연애를 이끄는 여유와 센스를 가지고 있었고 겸손하고 유머러스하며 제 입장을 공감하고 인정해주는 배려심과 큰 키와 꾸준한 운동으로 체격관리가 된 사람이었어요 완전 제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제 전남친이요.. 3살 어린 여자친구한테 지기 싫어할 만큼 자존심 쌔고 또 출근중이다 버스 탔다 지금 밖에 나왔다라며 카톡으로 알려주지 않으면 왜 말 안했냐고 투정부리는 사람이었어요 선택장애라서 메뉴 고를 때, 어디 갈 때, 무언갈 살 때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고 부탁도 안했는데 선물 사준다고 해놓고 흐지부지하던 말 뿐인 사람, 제 입장보다는 자신의 입장이 먼저라서 공감도 안해주고 잘못을 해놓고도 사과할 줄 모르던 사람, 매일 술에 야식에 먹으면 바로 누워서 자고 운동은 전혀 안해서 팔에 근육이라곤 없던 그 사람, 게으르고 늦잠자기를 밥먹듯하는 정말 제가 싫어하는 스타일인데.. 자꾸 그 사람만 떠오르더라구요

본인이 인기있는걸 스스로 잘 알아서
언제든지 능력있고 더 좋은 여자 만날 수 있다던 그 사람,
나 말고 다른 잘 맞는 여자 만나고싶다며 헤어지자던 그 사람.
모질게 말하던 그 나쁜 사람이 자꾸 떠오르더라구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새롭게 연락하던 사람에게 그만하자고 말했고
그날 전남친에게 잘 지내냐고 연락을 했어요
냉정하게 뿌리치는 그 말투 듣고 맘 정리 다시 하자는 맘으로요
그런데 전남친.. 울더라구요
잘 참고 있는데 왜 연락했냐고..

슬픈영화를 봐도 절대 울지 않던 그 사람인데
울면서 보고싶었다고 하는 그 사람 말에 진심이 느껴져서.. 예상 밖의 반응에 놀라고 또 기쁘고 슬퍼서 가슴이 탁 막히면서
지웠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파도처럼, 폭풍처럼 밀려와서 가슴이 아리고 미칠듯이 쿵쾅거렸어요

예전에 여자는 기억의 정주행
남자는 기억의 역주행이라는 글을 읽었어요

여자는 헤어지면 연애 초중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슬퍼하지만 점점 맘이 정리되면서 연애 후반 나빴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성을 되찾고,

남자는 연애 후반의 싸우고 나빳던 기억들이 먼저 떠올라 이별 후 해방감을 맛보지만 점점 기억의 역주행으로 예전에 좋았던 추억들을 떠올리고 뒤 늦게 아픔을 느낀다구요

남친이 딱 이 경우였던것 같아요
처음엔 자유로워서 좋았는데 점점 제 생각이 나서 하루종일 맘이 불편하고 제가 꿈에 나오기도 했다고..
다른 사람 여럿 만나봐도 아닌것 같다고
본인 자리는 제 옆인것 같다 하더라구요

그런데 전남친은 이미 여자친구가 있더라구요ㅎㅎ..
헤어지자고 몇번을 말했은데 계속 붙잡아서 사귀고 있다고 하던데 뭐 워낙 바람끼에 거짓말이 잦던 사람이라 진짜인진 모르겠지만 그냥 그 말 믿고싶어서 믿었어요

결국 새 여자친구를 정리하고 저에게로 돌아온 전 남친..

그렇게 다시 만나고 이제 이주 좀 넘었는데 또 헤어졌네요
역시 사람은 고쳐쓰는게 아닌가봐요 안바뀌나봐요
그냥 좋은 추억으로 남겨뒀으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그 전과 똑같이 싸우고 헤어졌어요

어제는 하루종일 그 사람과 나는 최악의 사이라는 것에 대해 인정하고 또 인정하며 맘을 추스렸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헤어짐의 아픔이 너무 커서 다시 잘 해보고 싶었어요

남자친구는 제가 좋지만 또 반복될것 같으니
연락하지 말자고 하네요
저 역시 이 말에 공감하고 인정하는 부분이라
알겠다고하고 길었던 전쟁을 끝냈습니다

이주전,
다시 만날 땐 분명 맞춰주고 아껴줘야지
사소한거에 화내지 않아야지 이렇게 다짐했는데..

허구언날 오후 2시~4시까지 자서 주말 데이트 일정을 망치는 오빠, 데이트가 망했다는 생각에 속상해서 화내면 되려 화내고 사과안하던 오빠, 몰래 만진것도 아니고 눈 앞에서 폰에 손만 대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폰에 있는 내 사진 보여달라고 해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오빠, 말로만 뭐 해주겠다는 오빠, 알고보니 나랑 헤어졌던 3개월 동안 5명이랑 연애했다는 오빠.. 그래놓고 나보고 더럽다고 말하는 너.. 다시 사귀는 나에게 헤어졌던 동안 승무원, 서울대 대학원, 여행 표 끊어주던 어린 여자친구 등등 만났다며 선물 많이 받았다고 자랑하던 너.. 오빠 진짜 화 안내려고 했는데 저런것들이 가슴에 쌓여서 자꾸 사소한 거에도 짜증이 나더라.. 화가 자꾸 치밀더라

어제 너가 나한테 이렇게 말했지 ___아 거지년아 너 말고 다른 사람 만나서 행복하고 싶다 주먹 들고 때리는 시늉하며 꺼져라며 집까지 두시간 가까이 걸리고 차도 끊겼는데 나보고 당장 나가라던 너.. 친구한테 일주일 안에 헤어질것 같다고 말했는데 역시나 헤어진다고 말하던 너 그 새벽에 내가 너한테 그런 말 듣고 그런 취급 받고 자존심에 쫓겨나기 싫어서 안나간다고 우겼지만 도저히 잠이 안오고 심장이 뛰어서 너 옆에 못 있겠더라 혼자 모텔이나 갈까하다가 너랑 전날 본 곤지암이 생각날까봐 너무 무서워서 사람들 많은 피시방에 가서 밤 새우는데 너가 새벽 세시반쯤에 집에 돌아오라고 전화왔었지..? 나는 뭐 나가라면 나가고 와라면 와야해?
지금 가봐야 오빠 출근해야하는데
걱정돼서 얘기도 별로 못할것 같고 나 상처받아서 말이 예쁘게 안나올테고 그래서 진정되면 대화하려고 내일 얘기하자고 말하고 전화 끊은거였는데..

근데 넌 그게 마지막으로 손 내민 거였고 그걸 내가 안잡았다는 식으로 얘기하던데... 하...
그 타이밍이 손 내미는 타이밍에 적합했나? 내 기분은 하나도 생각 안하고 그냥 그 밤에 여자 혼자 나갔으니 걱정돼서 불편한 맘만 생각한것 같은데 너가 그렇게 말하고 행동해서 상처받고 도저히 너 옆에서 못 있겠어서 나온 나한테 오라고 하면 내가 네 하고 갈 기분이 드나..? 아님 그냥 생각차이라서 느끼는게 다른건가..
정말 오늘도 술 거하게 취해서 꼬부라진 목소리로 전화 받던데
팀 바뀌면서부터 회식도 잦고 자주 술 주량 넘게 마시던 너 걱정하는거 싫었는데 마지막 통화를 내가 걱정하고 싫어하던 모습, 그 목소리로 말해줘서 고마워 맘이 정리가 좀 되더라
너 만나면서 내가 담배도 확실히 끊었네 고맙다
예쁜 사진 많이 남겼어 그것도 고마워 술 종류 잘 모르는 나한테 이것저것 알려줘서 고맙고 너같이 얼굴에 자신감 넘치고 미안할 줄 모르고 공감할 줄 모르는 사람 만나면 안된다는 사실 깨닫게 해줘서 고마워 사람 고쳐쓰는거 아니라는 사실 알려줘서 고마워

그리고 나도 화내고 욕해서 미안
오후까지 안일어난다고 발로 차면서 침대 밖으로 민거 미안해 말이 좋은 취준생이지 백수나 다름없는 내가 돈 걱정해서 오빠도 덩달아 걱정 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오빠도 사람 고쳐쓰는거 아니라는 사실, 우린 같이 붙어있으면 최악의 모습이 나온다는 사실, 알았으니까 지금 우리는 좋아하는 마음이 서로 크지 않은것 같은데 잘 정리할 수 있을거야 어두운 면이 드러나지 않게 해주는 사람 만나서 행복하자 일년동안 드럽게 짜증났었지만 확실히 재밌긴했어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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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8.04.17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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