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이 패닉 4집을 거쳐 1년 4개월의 숨고르기 끝에 솔로 음반으로 돌아왔습니다. 과거 패닉과 카니발, 긱스 시절의 작업과 이적 1집(< Dead End >)까지가 실험적인 음악이라면, 2집(<2적>)과 패닉 4집(<04>)은 파격과 재기발랄함이 다소 줄어든 대신 성숙과 완성도를 갖춘 음악입니다. 그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3집 <나무로 만든 노래>는 따뜻함과 편안함이 앨범 전체를 포근하게 감싸는 인간적인 작품입니다.
신보는 사운드의 측면에서 앨범 제목 그대로 자연스러운 나무 느낌이 전면으로 부각됩니다. 타이틀곡 '다행이다'를 비롯해서 '사랑은 어디로', '먼 길을 돌아온 뒤', '무대' 등 수록 곡 대부분에 피아노와 기타 등의 연주가 주를 이룹니다. 특히 앨범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는 어쿠스틱 사운드는 긱스 시절부터 함께 한 이상민(드럼)과 정재일(베이스), 신예 기타리스트 임헌일(일렉트릭 기타)과 협업으로 정갈한 맛을 주고 있습니다.
연주와 마찬가지로 가사 측면에서도 이적은 간결하고 유려한 언어로 사랑과 이별, 상실 등을 소박하게 노래합니다. '다행이다', '어떻게', '사랑은 어디로' 등 그가 사랑노래를 이렇게 집중적으로 담은 적은 없을 겁니다. 어쿠스틱 사운드이기 때문에 그것에 걸맞은 러브송이 필요했겠지요.
어쿠스틱 시도가 처음은 아닙니다. 실험성이 강했던 패닉 초기 시절의 앨범에서 유사한 분위기를 되짚을 수 있습니다. 패닉 1집에서 기타 연주의 이별 노래 '기다리다', 피아노 연주가 중심을 이루는 '달팽이' 등과 2집에서 어쿠스틱 사운드의 '강', 피아노 연주의 'Outro' 등은 같은 맥락의 곡들입니다. 이전에는 이러한 잔잔함이 앨범 사이사이 쉬어가기의 성격이었다면 <나무로 만든 노래>는 앨범 전반을 조율하는 점이 다릅니다.
앨범을 들으며 탄탄한 짜임새에 감탄하다가도 한편으로는 예전의 이적이 그리워집니다. '다행이다'의 발라드 풍 멜로디 전개와 '어떻게'의 한층 부드러운 이적의 목소리, 구어체가 돋보이기는 하나 '내가 말한 적 없나요'의 단조로운 가사는 얼핏 다른 가수의 느낌을 받을 정도로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예의 실험과 저항, 자아 탐구의 언어와 뚜렷이 분리되는 대목은 분명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적은 이적입니다. 앨범의 시작을 여는 경쾌하며 역동적인 '노래', 리드미컬한 록 성향의 '비밀'과 '얘, 앞산에 꽃이 피면', 라틴 풍의 묘한 '자전거 바퀴만큼 큰 지닌' 등에서 여전히 그만의 개성과 재치가 발견됩니다. (저만의 생각일 수 있겠습니다만) '사랑은 어디로'의 피아노의 변주, 여백을 채우는 나일론 기타 소리, 이적의 허심탄회한 목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아릿해집니다. 또한 소년과 늙은 개를 쓸쓸히 노래하는 '소년'의 여운은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패닉 시절부터 이적의 음악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한 친구가 “불안함과 가벼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심약한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어주는 노래”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패기 넘치는 젊음보다는 원숙함과 아련함으로 나아갑니다만 결코 진솔함이라는 고유의 색깔을 잃지는 않고 있습니다. <나무로 만든 노래>는 이적 자신을 더 많이 드러내면서 감상자에게 조용히 소구하고 따스한 위안이 되어주는 앨범입니다.
1. 노래
2. 다행이다
3. 어떻게
4. 비밀
5. 내가 말한 적 없나요
6. 사랑은 어디로
7. 얘, 앞산에 꽃이 피면
8. 자전거 바퀴만큼 큰 귀를 지닌
9. 소년
10. 먼 길을 돌아온 뒤
11. 같이 걸을까
12. 무대
전곡 작사/작곡 이적
전곡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 연주, 노래 이적
2007/04 배강범 (oroosa77@naver.com )
출처 : izm.co.kr
이적 다행이다
내용닫기
- 태그
-
패닉,panic,다행
- 관련정보
- 이어지는 영상
-
-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