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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 인터뷰 - leave me alone

정재은 (판) 2006.04.07 00:31 조회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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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ve me alone

스타덤, 인터뷰, 스캔들, 그리고 거짓말

영화-뮤지컬-영화로 이어지는 숨가쁜 스케줄, 그 못지않게 밝은 미래를 가진 여자친구,
그를 인터뷰하기 위한 유력 매체들간의 물밑 경쟁과 로비, 그리고 스캔들...
이모든게 초현실이다.
어렵게 만난 조승우는, 자신을 둘러싼 남들의 말 속에는 진짜 자신이 살지 않는다고 한다.



슬쩍 물어야 했다. 담배를 피우자고 꼬셨다. 조승우에게 말했다.
"어디사세요?" "삼청동이요."
"혼자사나봐요?" "네, 지난해부터 독립했죠."
"깔끔하게 해놓고 살 것 같은데요?" "그렇지도 않아요."
"어서 여자친구 사귀어서 챙겨달라고 해야겠네요."

조승우가 힐끔 쳐다봤다. 당황한 듯, 또 화난 듯한 얼굴이었다. 그리곤 내뱉듯 말했다.
"저 여자친구 있거든요?"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그에겐 이렇게 둘러댔다. "아, 헷갈렸나봐요."
등 뒤에서 조승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누구랑 헷갈리셨다는 거죠?"
조승우와 만나기 직전 문자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문자메시지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조승우와 강혜정, 헤어졌음. 강혜정이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음.'

조승우든, 강혜정이든 어느 누구도 둘의 관계에 대해서 얘기한 적은 없다.
그러나 연예계에선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이미 한참 동안 조승우와 강혜정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는 영화판의 화젯거리였다.
둘이 헤어졌다는 건 기정 사실이었다.
그런데 조승우와 강혜정은 <도마뱀>에서 연인으로 출연했다.
영화 흥행 때문에 헤어졌다는 얘기를 불문에 부치고 있다는게 논리였다.
꽤 설득력 있는 얘기였다.
사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두 사람의 몫이다.
그러나 벌써 너무 많은 얘기들이 사실 확인 없이 전파되고 있었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말이다.

조승우는 말했다. "아까 떠본 거 맞죠? 저 다 알았어요."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도 사생활이란 게 있다.
함부로 그걸 들춰내선 안된다.
그러나 뻔히 듣는 소문이 있는데 그런 것에 대해선 무관심한 척 영화 얘기나 하고 있다는 것도 우습다. 그에게 말했다.
"맞아요. 떠본 거죠. 누가 남의 연애사를 단도직입적으로 물을 수 있겠어요. 민감한 일이니까. 그래서 비겁하게 떠본 거죠."
조승우는 담배를 피워 물면서 말했다.
"요즘 다 그래요. 만나는 사람마다 제 눈치를 봐요. 전, 대답하지 않죠."


조승우는 자신과 자신의 연인에 대한 대중의 지나친 관심 때문에 불쾌한 듯했다.
그는 말했다.
"전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한 게 없어요. 우리는 그랬죠. 그런데 왜 근거 없는 말들이 나도는거죠?"
어쩌면 그건 조승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그 많은 소문들을 듣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우리 사이가 어떤지 우리 말고 누가 알죠? 이 모든게 어떤 기자 분이 쓴 기사 때문이었어요. 지난 여름에 제가 <지킬 앤 하이드> 뮤지컬을 하고 있을 때 혜정이와 자주 만나지 못했고, 그래서 사이가 벌어졌고, 결별 위기까지 갔지만, 결국 <도마뱀>으로 화해했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기사 중에서 사실인 게 하나라도 있다면 제가 가만 있겠어요. 물론 지금도 가만 있지만.
어쨌든 정말 다 거짓이었어요.
전 지난 여름에 <지킬 앤 하이드>를 한 게 아니라 혜정이와 놀고 있었어요. 아주 즐겁게."

조승우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런데 그 기사에 댓글들이 달리더군요. 조승우가 바람을 피웠다더군요.
서지영이란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서지영이 서지원으로 바뀌었어요.
그 다음은 얘기하고 싶지도 않아요. 전, 그런 사람들을 잡아서 때려주고 싶어요. 하지만 참는거죠. 
거기다 '우리 잘 사귀고 있으니까 상관하지 마세요'라고 얘기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런 얘기를 할 가치조차 없으니까 무시하는 거죠."


조승우는 이런 상황이 지긋지긋한 듯했다.
그는 <도마뱀> 개봉을 앞두고 연예잡지나 패션지와의 인터뷰를 모두 거절했다.
그럴 만했다. 말들이 많았다.
결국 초점이 <도마뱀>보다는 조승우와 강혜정의 연애로 모아질 일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영화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본다.
그리고 인터뷰에선 연기가 아닌 진짜 배우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그러나 조승우는 반박했다.
"사람들이 우리 연애에 관심이 있을까요?
그게 아니라 자기 직업에 충실한 기자님 같은 사람들이 우리 연애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닐까요? 결국 이기적인 거죠."

언젠가 박중훈씨는 이렇게 말했다.
" 뭐 어때서요? 이 직업이란게 어차피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살게 되는 거죠. 그게 싫다고 해봐야 소용 없는 일이죠. 씹히는 것도 맛이지. 안 그래요?"
조승우는 말했다.
"씹히는 것도 맛이라고요? 그게 뭐가 좋죠? 그런건 생각해보지도 않았어요."


조승우와는 4년 전 <후아유> 촬영 때 처음 만났다.
대학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는 조승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때였다.
그는 긴 코트를 입은 채 늘 영화제작자나 연극연출가들과 함께 커피를 마셨다.
<후아유>는 조승우의 숨은 매력이 드러난 작품이었다.
그러나 조승우는 영화계 안에서만 기대주였다.
대중은 그의 진가를 아직 몰랐다. 그때 만난 조승우는 꼬장꼬장한 청년이었다.
그는 말했다. "영화보다는 뮤지컬에 더 큰 열정을 느껴요."
그런 말을 하면 영화제작자들이 캐스팅을 하려고 하겠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잖아요. 전 뮤지컬 무대에 서고 싶어서 애써왔죠.
<춘향뎐>을 할 때까지만 해도 영화에 출연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춘향뎐> 오디션에서 제 이름이 불렸는데 제 이름인 줄도 몰랐어요.
영화는 아직도 저한테는 낯선 매체죠."
조승우에게 영화 흥행에 대해 물었을 때는 면박을 당했다.
"그런 질문, 식상하지 않나요?"


4년 만에 만난 조승우는 더욱 곧아져 있었다.
"전 지금까지 제가 하기 싫은 작품은 단 한편도 한 적이 없어요.
다 하고 싶은대로만 했으니 이젠 그 길 말고는 몰라요."
그러면서도 자신을 드러내는 데는 더 인색해져 있었다.
"인터뷰를 한다는 건 낯설죠. 사실 별 생각 없어요.
전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잘 열지 않아요. 정을 주지 않죠.
나를 열고 산다는 건 싫어요. 배우지만 사람들이 제 연기를 보기를 원하죠.
무대에 오르면 온 정신을 연기와 노래에 집중하니까.
그것이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내 모습이죠."

그는 이미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뤘다.
4년 전과는 이미 달라졌다.
<말아톤>과 <지킬 앤 하이드>로 조승우는 많은 것을 보였줬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승우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승우는 이렇게 말한다.
"너무 노출이 많이 됐죠. 일찍부터 너무 많이."


몇 개월 전 강혜정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조승우는 그 인터뷰를 몹시 싫어했다.
"왜 인터뷰가 반말로 돼 있죠? 실제로 그렇게 얘기하는 건가요?"
그는 또 말했다.
"그 인터뷰, 웃기지도 않았다니까요. 별걸 다 묻더군요."
그때 강혜정에게 조승우를 사랑하는 이유를 물었었다.
"이유가 없죠.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이유가 없는 거니까."
강혜정은 말했다.
"배우는 기능공이 아니죠. 배우는 자전거를 수리하지 않아요. 배우는 자신이 흡수한 것만큼 보여주는 사람이죠."
그리고 강혜정에게 헤어지면 어쩌냐고 물었다.
너무 공개적으로 만나는 건 아니냐고도 물었다.
강혜정은 말했다. "그런 질문, 부끄러운 줄 아세요."
조승우도 말했다. "기자님, 신경 꺼주세요."


조승우는 자신에게 무언가 대단한 연기관이나 인생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질문을 싫어했다.
그는 말했다. "내겐 연기관이나 인생관 따위는 없어요. 그냥 그런건 생각하지 않죠.
열정에 따라 무대에 오르는 거고, 본능에 따라 얘기하는 거고, 카메라 앞에 서는 거죠."
조승우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어쩌다 거창한 말을 하면 꼭 이렇게 덧 붙였다.
"다, 형식적인 얘기죠."


조승우는 이제 스물다섯 살이다. 물론 그는 나이에 대해 질문하면 불편해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동안 조승우는 너무 많은 상찬을 들어왔다.
그건 추상적이며 그럴듯하며 대단하지만 결국 미사여구에 불과한 글들이었다.
스물다섯 살짜리 배우에게는 과분한 분석과 수식어들이었다.
그는 자신이 생각없이 무대에 선다고 말하는데, 사람들은 조승우에겐 무거운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조승우는 구구절절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조승우는 말했다.
"전 연기하는게 재미있어요."
그게 전부였다.

조승우는 세상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거칠 것 없이 당당하게 행동하려 하는 듯하다.

소문에 대처하는 조승우의 태도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조승우는 자신에게 덧붙여지는 온갖 난해한 해석들에 대해서도 불편해하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조승우는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다시 보지 않는다.
"안봐요. 왜보죠?"

이게 조승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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