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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에게서 들은 권태기

ㅇㅇ (판) 2017.08.13 04:39 조회1,682
톡톡 지금은 연애중 드루와
저는 28살 여자고, 남자친구는 나랑 동갑이에요. 조금 오래전에 대화할때 나눈 얘기가 생각나 조금 써봐요!

반말 봐주세요...






음... 남자친구와는 중학생때부터 알던 사이야. 그래서 사귀는 것도 투닥투닥 사귀는데 나는 그게 너무 좋아.

그러다가 하루는 갑자기 우리 둘의 사이가 걱정이 되는거야. 나는 아직도 남자친구가 좋아죽겠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알던 사이라면 권태기가 올때 어떻게 하지? 참고로 남친과 사귄 기간은 6년 3개월하고 11일 됐어

괜히 우리 둘 사이에 불안감을 심고 싶지 않았지만, 만날 때 내가 예전부터 생각해 놓았던 것을 확실하게 전해주려고 했어.

그래서 그 다음 날, 약속한대로 만났다?

밥 먹고, 아이스크림 사먹고, 전에 봐뒀던 공원의 구석에 있는 예쁜 꽃밭으로 갔어. 거기 벤치에 앉아서 또 대화를 조금 나누다가 내가 권태기 얘기를 꺼냈어. 이제부턴 대화를 적어볼게. (나랑 남친 이름은 본명과 비슷한 가명)

나: "재헌아."
남: "어, 왜."
나: "우리가 중학생 때 부터 알고 지냈잖아?"
남: "그렇지. 내가 너를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다ㅎㅎ"
나: "ㅎㅎ그렇지. 근데 그걸로 조금 할 얘기가 있어."
남: "듣고 있어."
나: "나는 아직도 네가 좋아죽겠는데, 알다시피 우리가 연이 좀 질기잖아? 그래서 언젠가는 권태기도 올거 아니야."
남: "안 올걸?"


이때 조금 의아했지만 나중에 물어보기로 했어.


나: "아니;; 끝까지 들어봐봐."
남: "알았어."
나: "내 생각에는, 우리가 오래 알고 지낸 만큼 서로에게 이미 익숙해졌 있어. 하지만 연인으로서 익숙해진 건 아직 아닌 것 같아. 만약에, 아주 만약에. 우리가 서로에게 더 이상 설레어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라고 최근에 고민을 조금 해봤어."


여기서 부터 내가 미리 준비했던 얘기야. 오랫동안 잔잔한 사랑을 하려면 이런 과정을 언젠간 거쳐야한다고 들었어. 엄빠를 비롯한 주변의 행복한 부부들은 다 이런 조언을 해주더라. 내가 권태기로 고민한 것도 그런 얘기가 영향이 있긴 했어.


나: "하지만, 친구처럼 연인들도 오래오래 서로와 함께 있으면 익숙해지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내가 생각했던 건 이렇다? 나중에 내가 너에게 익숙해지면, 네가 날 안아줘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지는 않겠지. 하지만 그때까지 내가 너를 알려고 노력하고, 조금 더 어른같은 사랑을 하면, 그 포옹 안에 네가 어떤 생각을 담는지 알 수 있으니까 가슴이 쿵쿵 뛰지 않을까?"


이 얘기를 하고 내심 긴장했지만, 남자친구가 너무 소중하고 먼 훗날이더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기에 가만히 있었어. 근데 반응을 안보이는거야ㅠㅠㅠ

긴장해서 눈을 제대로 못 마주치고 있는데 남친이 이름을 불러줘서 대화가 이어져.


남: "한결아."
나: "ㅇㅓ..어"
남: "내가 좀 전에 우린 권태기 안 온다고 했잖아."
나: "그러게?"
남: "내가 그렇게 얘기했던건 그냥 해본 소리가 아냐."
나: "어, 진짜?"


그 말인 즉슨, 남자친구도 이 문제에 대해서 전에 조금이라도 생각해주었다는거잖아. 감동 받았어....


남: "네가 얘기한대로, 우리는 진짜 오랫동안 알고 지낸거야. 그렇게 서로를 잘 아는 상황에서 권태기가 오면 치명적이겠지. 새로운 이성에게 끌릴 수도 있고, 그냥 서로에게 질릴 수도 있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져.


남: "그렇지만 그렇게 오래 알았으니까 나는 여성으로서 네가 매력적이라는게 다가 아닌걸 알잖아, 그치? 난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착하고, 해맑고, 멋진 사람."
나: "아.....(조금 울음ㅋㅋㅋㅋㅋㅋㅋ)"
남: "오랫동안 사귀었거나 알고있는 연인들은 서로를 어떤 존재인지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니까 더 서로를 사랑하는 것 아닐까? 아직 우리 둘 다 완벽한 어른은 아니지만, 우리도 나름 그렇게 성숙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이 얘기를 끝으로 우리 둘은 조금 조용했었어. 나는 뭐 그런 생각을 다 하냐고 핀잔을 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이런 얘기를 꺼낼 수 있었던 것도 내 남자친구가 그렇게 얕게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서라고 생각해.

돌아보니 이게 25살이었던 여름에 나눈 대화네. 이 대화를 끝으로 우리 둘은 조금 더 진지하게 사귀기 시작했어. 아직 어리니까 딱히 결혼이 중요하지도 않았고, 그저 우리 둘이 만약에 헤어져도 서로가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그래, 그런 마음으로 사귀었던 것 같아.

물론 나는 헤어진다는 생각을 하기도 싫었지만, 남자친구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 우리 둘이 싸울 때도 있는데, 그때마다 무엇을 잘못했을까, 혹은 이해를 해주고 싶다...라고 늘 같은 결론에 도달했고 화해했어.


그러다가 지난 달 31일에 청혼을 받았고, 지금은 결혼준비 중이야. 소박하게 준비해서 소중히 보내야지.


쓸데없는 얘기가 많아졌네. 아무튼 내 얘기의 요점은, 서로가 좋다면 이런 쓴 현실은 외면하지 말고 미리 대화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애초에 연애에서 소통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고.


모쪼록, 지금 사귀고 있는 모든 분들도 뚝배기 같은 사랑을 하시길. 천천히 뜨거워지고, 오랫동안 따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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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7.08.14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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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와 진짜.. 책갈피해두고 오래오래 다시 읽고 싶을 만큼 가슴이 떨리네요 언니 오래오래 좋은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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