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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잘 지내?

미래에서왔소 (판) 2019.02.12 03:11 조회558
톡톡 헤어진 다음날 채널보기
새벽 3시라 그런지 감성 터진다ㅋㅋㄱㅋㄱㅋ
내 중학교 풋풋한 전남친에게 편지 써봄.
만약 이 글이
페북에 올라온다면
마치 네 얘기인 것 같아 흠칫 놀라
네가 흔들렸으면 좋겠다.

ㅡㅡㅡㅡㅡㅡㅡㅡ

안녕,

넌 자고 있겠지.

내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기념으로
여기에라도 말해본다.

헤어졌지, 우린!
물론 알고 있겠지만!

그로부터 몇 년이 흘렀을까.


널 처음 만났을 때, 그때가 중학생이었지
좋은 감정보단 별로라는 감정이 더 앞섰어

그때 넌 뭔가 4차원이라는 생각에, 너와 짝이 되어서도
가까워지고 싶지 않았다

근데 막상 끝없는 질문을 던지는 널 보니, 그럭저럭 나쁜 아이 같진 않더라

이야기를 해 보니 자기 주관도 뚜렷한 것 같고..ㅋㅋ
그렇게 너와의 한 달 동안의 시간은 생각보다 참 좋았어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잠시 멀어졌지만 다시 연락을 하다 보니,
어느 새 넌 내 곁에 있더라

학원을 끝나고 매일 집에 오던 길,

벚꽃 속에 비친 네 모습,

매일 1-2분 남기고 간신히 통과하던 교문,

비 오는 날 처음 잡은 네 손,

함께 올려다보던 밤하늘,

누구보다 빛났던 너.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해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커져만 갔어

하지만 무엇보다 아팠던 건,
넌 항상 날 2순위로 둔 것.

그럴 때마다
난 이 세상 누구보다 작아진 기분이었어

그래도 널 좋아하니까

모든 걸 주고 싶으니까

그래도 용서했어

하지만 지친 모양이야


용기를 내어 너에게 헤어지자 했지만

중학생 연애가 그렇지 뭐.

헤어지자 말한지 4시간 만에
네게 달려가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ㅋㅋ

안겨서 펑펑 운거 기억하겠지

그 이후 우린 자주 다투었어

또 한번의 이별도 있었고..


넌 내가 봐도 좋은 남자친구는 아니었지

날 외롭게 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혼자 두고

로맨스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ㅋ.

근데 네가 입을 열 땐,

누구보다 멋있었어.

말을 어쩜 그리 잘 하는지,

매일 밤 너와 하는 전화는
내게 내려진 축복의 시간이었다

그냥 넌 내게 귀여운 아들 같았어

새벽 2시까지 어려운 수학문제를 붙들고
자기가 어떻게 풀었는지 알려 주겠다며
집중하라는 네 목소리가 어찌나 귀여웠는지 몰라

또 난 바보같이 그게 멋있었어
그런 거 있잖아
남자가 뭘 잘 하면 괜히 섹시해 보이는거.

난 네 모든 것을 “사랑”했어

비록 중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였지만
너를 위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헌신적인 사랑은
네 앞에서 무너져 내리길 마련.

2년 쯤 되면 그럴 때도 됬나,

하긴 중학생이 2년 사귀면 많이 사귄 거였지 그땐ㅋㅋㄱ

하필 그럴 때 야속한 시간은
우릴 재촉하더라

고등학생,
그게 현실이었지

서로 다른 고등학교를 가니,
내가 예상했던 것과 같이
급속도로 서로에게 소홀해지더라.

겨울방학에 했던 마지막 데이트, 기억나?

사실 난 그때 알았어
이게 마지막이라는 걸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 것만 같은 네 눈빛이
두렵고 슬펐어

“권태기”
이 한 단어가 우리 사이를 정의하는 듯 했어

넌 몰랐겠지

점점 줄어드는 너의 연락에 난 속이 타들어갔어
하지만 집착하기도 두려웠지
네가 정말 날 떠날까봐
네가 날 뒤로하고 친구들이랑 있을 때도

다 이해했어
그러니까 이해가 되더라고

이해한다는게 참 무서운 거야

점점 널 포기하게 된다는 거
그런거지

그런데
기념일이 되었는데도 넌
친구들과 있더라

그날 느꼈어

“끝이구나”

난 반지를 빼고
네 애칭을 지우고
이름 석 자로 바꾼 뒤
마음 정리를 시작했어

근데, 네가 잘하겠다는 연락이 왔어
자기가 나한테 소홀했다며, 미안하다고, 앞으로 더 잘 하겠다고.

괘씸했다

넌 한번도 그런 약속을 지킨 적이 없거든.

난 괜찮다고,
차피 바뀌지도 않을 텐데 뭐 하러 이러냐고 하며 쌀쌀맞게 굴었다
괜히 미워서.

그런데 그게 우리의 이별을 불러올 줄은 몰랐지

너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날 잡을 줄 알았지만

넌 그대로 이별을 말하더라
역시나,
정말 식은 거였구나.

괜찮았다.

우리 열심히 살고 대학 가서 만나자고,
오히려 내가 널 다독였다.

헤어져야 한다는 걸 알았고,
그게 우리 서로에게 옳다는 걸 알았다,

머리로만.

사실 정말 괜찮지 않았어

2년이란 시간이 문자 하나로 끝나다니,
그제서야 내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연거푸 쏟아졌지.

짝이 된 그 순간부터
너와 보낸 모든 추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


네가 원망스럽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잘 됐다 생각도 들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기도 하면서.

그때만큼 많이 운 적도 없는 것 같아.

그래도 난 모든 순간 너에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었다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 너의
엉엉 울며 온 전화에도,
사실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잘 대처했어.

아직도 너의 울음소리가 들리던
그 새벽이 기억 나
습관처럼 튀어나온 “귀엽다”는 네 말에
분위기가 정말 어색해졌지.

그러자 넌 펑펑 울더라.
“귀엽다는 말이 왜 이렇게 어색하냐, 왜..”


아마 넌 상처를 많이 받았을 거야.

홧김에 다른 남자를 만나 버렸거든.
정말 생각이 없었지.

너보다 훨씬 잘해주더라고,
그래서 정말 괜찮았어
아니, 행복하기까지 했어

근데 걔,
튀어오르는 불꽃처럼 이글거리더니
한순간에 꺼져 버리더라

그제서야 알았지,

내가 실수했구나.

너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어.


사람이 상처를 주면 언젠간 벌을 받는다더니,
그때부터 극심한 후회가 나를 밀쳐댔다.

사실, 단 한 순간도 널 잊은 적 없어

널 지우고 몇 발작 안 가서 또 네가 있는데

어떻게 널 지워


친구로 지내고 있는 지금

간섭하는 여자 친구가 없으니

행복해 보이기만 해

힘든 일이 없어 날 찾지 않는 네가 싫다가도,

힘든 일이 없어 행복한 널 보며 기쁘다.
참 아이러니하지.

사귈 때 힘들고 아픈 건 나였는데,

이제 와서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것도 나야.
참 어이없지, 그렇지?

솔직히 말해서
널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야
아니, 널 좋아해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을 기억해

그러니까 여기 있을게

네가 힘들면 안아줄 수 있게
여기 있을 테니까

힘들면 주저하지 말고 와
그냥 와

그리고 잊지 않아

네가 언젠간 내게 했던 말.

“만약 40살이 되어 내 인생을 되돌아보며
자서전을 쓰라고 한다면

너는 그 책에 꼭 있을 거야”

보고 싶어.

그때의 너가,

정말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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