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나는 도망치기로 했다

ㅇㅅㅇ (판) 2019.04.21 14:45 조회5,557
톡톡 20대 이야기 너무힘들어
나는 도망치기로 했다.

내 나이 스물 일곱. 2년 전 그토록 꿈꾸었던 게 이루어 지면서 덜컥 서울로 상경했다. 그 전까지는 뭔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에, 재밌는 나날을 보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가장 열심히 살았고 행복했던 시기가 서울 올라오기 전 직전의 1~2년이 아니었나 싶다.

스물다섯에 첫 직장을 잡고 서울로 올라온 뒤부터 나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내가 생각했던 일과 너무 달라서 1년 반만에 첫 직장을 뛰쳐나왔다. 이젠 다시는 이쪽 업계는 쳐다보지도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2018년 11월에 직장을 나왔고, 곧바로 새로운 업계 진출을 준비했다. 그 준비의 결실은 생각보다 너무 빨리 이루어졌다. 2019년 그냥 들어가고 싶다던 회사에 지원을 했는데 덜컥 붙어 버렸으니 말이다.

그렇게 일한지 2개월 째.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당장 실무에 투입된 탓일까. 하루하루 실수하고 깨지기를 반복했다. 2개월이 지나도 나아진게 없다. 주말에 출근에서 업무를 미리 공부하기도 하고, 엑셀과 엑세스, 워드 등의 강의를 신청해서 따로 듣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팀에 민폐일 뿐이다.

양복을 입고 강남으로 향하던 설레임,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감 그 모든게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자괴감만 가득 남았다. 머리엔 평생 보지도 못했던 새치가 듬성듬성 생겨났고, 살은 5kg나 빠졌다. 웃음도 잃었고, 그나마 힘이 됐던 여자친구도 내 곁을 떠났다. 하루하루 우울감과 무력감에 잠겨 있다.

항상 깨질 때마다 "사회 초년생은 원래 이런거야. 이 시기만 버티면 일도 재밌어지고 행복한 순간이 올거야"라고 최면을 수도없이 걸었는데, 이제 그거 마저도 먹히질 않는다. 내일 회사로 향하는게 너무 두렵다. 그냥 모든 게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보란듯이 이겨내고 싶었지만 이젠 그럴 용기도 없다. 결국 나는 도망치기로 했다. 내일 사직서를 내고, 5월이 되면 여기에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갈 생각이다. 잃어버린 내 자신을 찾기 위해서라는 그럴싸한 이유와 함께 결국 나는 도망치기로 했다.


답답한 마음에 끄적인 글입니다. 마음은 이미 도망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이렇게 간다면 훗날 내가 다른 일을 시작했을 때 또 되풀이되지 않을까하는 마음도 큽니다. 결국 제가 이겨내지 못한 것이니까요. 고민과 고민의 연속이고, 막막함과 우울함의 연속입니다. 그간 나름 재밌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제 앞날은 이제 어떻게 될까요? 저의 이 선택이 훗날 옳은 선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옳은 결과를 끄집어 내는 것도 제 몫이지만요.
14
2
태그
11개의 댓글
댓글 입력 영역
댓글쓰기
댓글운영정책

일반 댓글

2019.04.23 13:41
추천
0
반대
0
신고 (새창으로 이동)
모바일로 남긴 댓글 도망친다기보다 잠시 쉰다고 생각하세요 이분야가 별로 안맞는다면 잠시 쉬면서 같은계통은 비슷한분야 다른것도 알아보시구요 나이도 어리신데 도망치다니요ㅎㅎ 즐기면서할 내 평생 직장을 구하기란 쉽지않죠 전 이일 저일 많이 해보다 28살에 처음 제가 정말 즐기면서하는 일을 찾았지만 지금은 또 육아를하게되어 분야가 바뀌었답니다~^^ 사람의 진로와 방향은 계속 바뀌니 겁먹지 마세요~^^!!
답글 0 답글쓰기
2019.04.23 11:37
추천
0
반대
0
신고 (새창으로 이동)
회사 운이 없엇던거에요.. 좋은회사들도 많은데 나쁜회사를 들어가서 그런거에여 경력살려서 좋은회사로 들어가세요

저도 곧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도망쳐 나갈겁니다.
근무환경 정말 최악이에여 경력 12년에 자주 옮겨다니긴햇지만 근무환경이 이렇게 최악인 회사는 처음이네요..
답글 0 답글쓰기
지나가다 2019.04.23 10:57
추천
1
반대
0
신고 (새창으로 이동)
모바일로 남긴 댓글 아무리 평생직장 없다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20대때 배운걸로 평생먹고 사는 경향이 큽니다 영역이 조금 확장. 이동은 하지만.. 부디 경력을 날려버리진 마시고 경력과 연계된 이동을 계획하시면 좋겠어요
답글 0 답글쓰기
ㅇㅇ 2019.04.23 10:47
추천
0
반대
0
신고 (새창으로 이동)
모바일로 남긴 댓글 화사생활이 안맞는거아님? 이런사람은 자기거 해야함 일단 발 들이기까지는 의욕이 충만한데 들어갔다 싶으면 내거니까 안심하는거임. 인간관계에서도 아마 그럴듯. 그러면 진짜 망함;;; 계속 계속 소중한걸 알아야함
답글 0 답글쓰기
000 2019.04.23 10:40
추천
1
반대
0
신고 (새창으로 이동)
방황하고 있다고해서 모두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답글 0 답글쓰기
흑큐키큐 2019.04.23 09:58
추천
1
반대
0
신고 (새창으로 이동)
초년생이란 그런거지요~ 사람들과 무작정 친해질순없어요~ 그렇게 조금씩 쌓아올라가는겁니다 ㅎㅎ 그렇게 적응하는겁니다
답글 0 답글쓰기
kuni 2019.04.23 09:53
추천
0
반대
0
신고 (새창으로 이동)
와... 정말 딱 나와 같은 상황이네요, 다른게 있다면 전 나이도 더 들었고... 아이 둘 아빠라 쉽게 결정 내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버티는게 정말 쉽지 않아요. 차라리 어떻게 해야는지 누가 딱 답을 줬음 좋겠는 상황입니다. 여길 떠나는게 나을지 버티는게 나을지
답글 0 답글쓰기
124 2019.04.23 09:33
추천
1
반대
2
신고 (새창으로 이동)
젊음이라는 큰 재산이 있으니까
앞으로 얼마든지 더 좋은 인생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요.
그러니까 자신있게 던지고 또다른 인생을 시작하시길 응원합니다.
답글 0 답글쓰기
thelove 2019.04.23 09:14
추천
5
반대
1
신고 (새창으로 이동)
모바일로 남긴 댓글 도망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른 새로운 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인생의 모든 선택에 있어 틀린길은 없다고 생각해요.. 사랑이든, 일이든,, 내가 선택한 길이 맞는길인지 틀린길인지 망설이고 의심하지말고, 선택한 그 길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 가는거에요.
답글 1 답글쓰기
아자 2019.04.23 09:12
추천
1
반대
0
신고 (새창으로 이동)
모바일로 남긴 댓글 힘내세요. 저도 얼마전 다른사람들이 만류한 퇴사를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떤면에선 후회될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속에서 더버틸 의지와 자신감이 하나도없었습니다. 아마 더 있었더라면 제가 얼마나 제 자신을 잃어갔을지, 무너졌을지 두렵네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지금, 저는 잃었던 웃음과 건강,자신감,열정이 점차 돌아오고있습니다. 비로소 다시 저를찾아가는 것같아요. 특히나 무엇을하고자하는 의지가 돌아온다는게 감사해요. 글쓴이를 위로하고싶네요. 당신은 능력있는 사람이고 앞으로도 잘이겨낼수있을거예요.힘내요!
답글 0 답글쓰기
sunny20... 2019.04.23 09:08
추천
4
반대
0
신고 (새창으로 이동)
모바일로 남긴 댓글 무척 힘든시간을 보내고 있군요 근데 버티는것도 능력입니다 2개월이면 좀더 버텨보는것은 어떨지요 6개월까지는 업무가 아무래도 익숙치않으니까요
답글 0 답글쓰기
1

책갈피 추가

이 게시글을 책갈피 합니다.
내가 쓴 글 보기에서 그룹관리가 가능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