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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욕하는 남자가 되어가는 과정

ㅇㅇ (판) 2019.06.13 10:36 조회160
톡톡 결혼/시집/친정 개깊은빡침


삼십대의 일하는 엄마예요.
가끔 판 들어와서 글 읽고 쓰지는 않는 눈팅족입니다.
인터넷 댓글들이며 글들만 보면 수없이 여자 욕하는 남자들이 많은데,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제 눈으로 본것 같아요.
제 친구녀석입니다. 저랑 동갑이고 연애경험 없습니다.
그리고 가끔 여자욕하는 댓글을 볼때면 저 사이에 내 친구도 껴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합니다.

친구를 영수라 부를께요.
영수는 평범한 아이입니다. 착해요. 네 착합니다. 많이 착합니다.
그 외에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봤을때 남자로서의 매력은 딱히 말하기 힘들어요.
이런느낌 아실까요. 내 친구가 여자친구가 정말정말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소개팅시켜주려면 망설여지는거요.
남자로서 매력이 없으니까요.
영수의 생각은 다릅니다. 본인이 상당히 괜찮다고 느끼죠.
지금은 이래저래 바빠 여자친구를 못만들지만 나중에 만들어야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고 이십대 중반이 넘어섭니다. 여자친구는 여전히 없었구요.

여자 시각에 대한 전환점이 생깁니다.
바로 '글쓴이'입니다.
제가 결혼을 했습니다. 남편은 작은 아파트를 샀고 전 아파트값의 80%정도를 혼수와 예단으로 썼습니다.
시어머님이 며느리 예쁘다며 개인적으로 예물을 따로 해주셨구요.

영수가 결혼과정에 대해 물어보고 저는 모든것을 답해주었습니다.
영수는 앉아서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려 봅니다.
사실 이 친구의 집안환경이 좋은편이 아니예요. 벌이도 시원찮은편이죠.
아무리 도통 계산기를 두드려도 제 남편의 나이에 남편만큼의 경제력을 가지고 결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모양입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말했구요.
전 영수가 자책하고 실망할까봐 조심스러웠는데 불똥은 다른곳으로 튑니다.
"결혼시 집을 바란 글쓴이는 된장녀"
이게 영수의 결론이었습니다.

편협한 시각의 시작은 이거였습니다.
그때부터 소개팅 주선을 강요하며 하나의 단서를 붙입니다.
"된장녀는 안됨"
집 바라는건 된장녀
예물 바라는건 된장녀
맞벌이 안하는건 된장녀
시부모 안모시려 하는것도 된장녀
뭐 사달라고 하는것도 된장녀
심지어 몸매관리 안되도 된장녀

여자가 원하는걸 자신이 들어줄수 없는 상황의 모든것에 '된장녀'를 붙이기 시작합니다.
전교 2등하는 놈이 1등은 죽어도 못할거 같으니까 시험전날에 설사약 타먹이는거하고 비슷한 이치라고 해야 할까요?
여자들이 원하는것을 못해주는걸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지만
여자들이 원하는것이 있다고 비하하는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서서히 상당히 괜찮은 본인이 연애를 못하는 이유도 본인때문에 아니라 된장근성의 여자들에게 원인이 있다고 가닥이 잡혀갑니다.

다음은 수집단계입니다.

원인을 찾았으니 그걸 증명하려 애씁니다.
인터넷 매체를 통해 결혼에 들어가는 비용, 예물, 집값, 화장품 등등.. 기사를 찾아다 열심히 읽습니다.
그런것을 보면서 두번세번 가슴속에 세깁니다.
내가 여자를 못만나는건 내탓이 아니고 여자들 탓, 된장녀들이니까
실제로 영수는 저런 자료들을 저에게 카톡으로 보내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제가 본인입장에서 개념녀인지 된장녀인지 떠보기 시작합니다.
전 일체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분노단계
인터넷을 통해 된장녀에게 당했다는 남자들 글을 골라서 읽으며 여자=된장녀라는 인식을
머릿속에 각인시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나서 말이 통하는 집단을 찾아가지요. 즉 자신과 같이 여자를 씹어줄 남자들을요.
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여자라는 단어가 조금이라도 들어간 기사며 글을 보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비난하기 시작합니다.
본인들 딴에는 애쓰는거지요. 못된 여자들의 인식을 내가 바꿔놓겠다. 여자들이 좀 깨달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라는 정의감에 넘쳐서요.
여자들 눈에는 웬 미친놈들이냐..라는 생각밖에는 별 생각 없으니까요.
그리고 이상한 단어들이 영수의 생활에 밀집됩니다. 된장녀, 김치녀, 한국년들, ♡아치들 등등...
본인은 말을 안한다고 하는데 가끔 한번씩 본인도 모르게 튀어나옵니다.
감으로 알수 있죠. 영수의 생활상을..

그러면서 글쓴이에게 늘 참신한 여자를 소개시켜달라고 열심히 조릅니다.
집을 안바라고 월세부터 시작해 맞벌이 해서 열심히 일구어 나가면서 아이도 낳고 평균이상의 외모와 몸매가 되는 시부모를 공경할 수 있는 자기만을 좋아해줄 여자를요.

집을 안바라고 월세부터 시작해 맞벌이 해서 열심히 일구어 나가면서 아이도 낳고 평균이상의 외모와 몸매가 되는 시부모를 공경할 수 있는 자기만을 좋아해줄 여자를요.

이것도 힘든데 말이죠.

아직도 영수는 그 세계에 옳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정신차리면 연락하겠지 하고 손을 놨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여자들 욕하는 악플러들을 보면 안쓰러운 생각부터 듭니다. 그들도 영수와 같은 과정을 거쳐왔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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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freeman 2019.06.1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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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욕하는 여자가 되어가는 과정도 같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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