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이상하게 서러움이 몰려와 부모님댁 소파에서 핸드폰으로 후다닥 써올리고 잊어버렸었는데 이렇게 댓글이 많이 달려있을지 몰랐네요.. 모든 댓글은 하나하나 다 읽어보았습니다.
일단 모두 제 입장에서 쓴 글이고 제가 기분상한 상황에서 공감받고자 쓴 글이다 보니 다시 읽어보니까 아내를 너무 나쁜 사람으로만 쓴 것 같기도 하고, 저는 마냥 착한 사람인데 다 참고 사는 사람처럼 포장이 된 느낌이 있긴 하네요. 사실 아내는 가끔 화나거나 서운할때 자기도 기억못할 참아왔던 막말을 하기는 하지만 평소에는 주변에서 천사같다는 얘기도 들을정도로 배려심 깊고 괜찮은 사람입니다. 제 감정에 공감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하고, 조언해주신 분들도 모두 감사합니다.
몇몇 부분을 해명(?)아닌 설명을 하자면, 아내는 아예 사과를 하지 않은게 아니라 제가 집에 왔을때 눈치를 보다가 미안하다는 말을 분명 했습니다. 제가 쿨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겠죠? 제가 기분나빴던 포인트는 미안하다고 하고는 쏟아냈던 얘기들 때문이지 사과 자체를 안해서 그런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아내가 운전을 빠릿빠릿하게 못하는건 사실이지만 아내가 내는 사고의 대부분은 주차된 차 아니면 벽, 보도블럭 등 주행중에 내는 사고가 아닌 주차나 다른 것들을 피하려고 할때 생기는 존치물들과의 충돌입니다. 본인 입으로도 자기는 공간지각능력이 제로에 가깝다고 얘기하죠. 아내는 자기가 운전을 못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오히려 안전을 최우선으로 극도로 조심스럽고 천천히 운전하는 버릇이 있어 다른 차들이 답답해하기는 해도 돌아다니는 흉기 막 그정도는 아닙니다. 실제로 아내가 주행중인 차량을 사고낸건 한번밖에 되지 않고 그것도 아내는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로 판정된 사건입니다. 아내의 운전하는 모습에 답답해서 다툴뻔한게 한두번이 아니지만 아내가 그래도 점점 운전을 잘하게 될거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금수저라고 제가 언급한 부분에 많은 분들이 반응하신것 같은데, 저희 아버지의 사업이 최근에 일어나게 되어서 이제 돈걱정을 거의 하지않고 먹고싶은거 다 먹고 살수 있게 되었지만, 자라온 대부분의 시간은 하나하나 아끼고 절약하며 살아온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보냈기 때문에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이 파손되고 이런거에 그냥 사면 되지~ 고치면 되지~ 이정도로 쿨하게 반응할 수가 없습니다. 어차피 보험으로 다 처리할거고 아내가 저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차를 아끼는 마음을 가지길 원하는 거였지 솔직히 수리비 나가는것 때문에 아내에게 서운한 감정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그날(그저께)의 뒷이야기를 해보면 집에 들어가서 아내에게 서운한 얘기를 또 하게될까 싶어 동네친구를 불러 소주한잔 하고 털어버리고 늦게 집에 들어가서 바로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출근해서 제가 서운한 부분에 대해서 장문의 카톡을 보냈고 내용은 차가 아니라 니가 다치지 않은게 너무 다행이고 이번 사고를 계기로 주차시에 조금 더 신중하고 주의깊게 했으면 좋겠다. 우리 아기가 건강히 태어나기 위해서 액땜했다고 생각하고 화해하자는 내용입니다. 아내는 미안하다고 얘기했고 어제 퇴근해서 저희는 좋게 풀었고, 남녀 분란을 조장하고자 쓴 글이 아니라 그냥 제가 순간 폭발하는 서러움에 공감받고자 제입장에서만 쓴 글이니 비난은 저에게 해주시고, 저도 글에서 오해할만한 소지를 분명 만들었으니 아내에 대한 무분별한 비방은 자제해주세요ㅠ
아내에게 이 글을 보여줄까 여러번 생각했는데 보여주지는 못할것 같네요. 삭제는 하지 않고 제가 비슷한 일이 생길때 다시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공감해주시고 위로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문)
안녕하세요. 일단 저는 결혼 4년차에 접어든 부부 중 남편이고
이번에 아내가 첫 애를 임신해서 2월에 출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나이들어 늦게 사업을 시작하시고 저는 아버지 밑에서 5년째 일을 하면서 회사를 키워나가는 중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돈을 많이 벌진 않지만 회사가 빠르게 성장해서 이젠 주변에서 금수저 소리도 종종 듣곤 합니다.
저는 영업을 다니기때문에 회사명의로 된 연비좋은 작은 차를 몰고 출퇴근을 합니다. 아내는 제가 장학금 받은걸로 샀던 제 첫차인 고물같은 경차를 가지고 출퇴근을 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이번에 임신이라는 엄청난 축복이 내려오자 며느리를 아끼는 아버지가 경차를 몰고 다니기엔 너무 위험하다는 판단 아래 큰 차를 선물해주시기로 하십니다. 그래서 주말에는 저희부부가 함께 쓰고 평소에는 아내가 몰고 다닐 준대형 차를 뙇! 하고 뽑아주셨습니다.
인기있는 차여서 그런지 받는데 4개월정도가 걸렸습니다. 저도 처음 좋은 차를 몰아보게 될 마음에 굉장히 기다림이 즐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차를 몰면서 좋아할 아내의 모습도 상상이 되어 더 즐거웠구요.
저도 회사에서는 사장아들이라는 시선이 있어 좋은 차를 타는게 조심스러워 저녁이나 주말에만 새로 산 차를 몰고 임신후 일을 그만둔 아내는 임산부요가나 산부인과, 문화센터등을 다닐때 새로 산 차를 몰고 다니곤 합니다. 평소 차에 관심이 많은 저라서 굉장히 들떠서 차를 관리하고 좋은 선팅을 하고, 차량용품을 좋은것들로 관리했습니다.
아내는 운전을 오래했지만 잘하지 못합니다. 운전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의 의미는 상황판단이 늘 한박자 느리고, 길눈이 정말 어두워 자주 다니는 길도 내비를 켜야하고, 운전을 10년 가까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차를 아직도 서투르게 합니다. 아내는 사고를 빈번하게 내는 편이었고, 차를 사게 된 계기중 하나도 그런 아내에게 경차는 더더욱 위험하게 느껴져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첨단 안전사항이 모두 포함된 풀옵션의 신차를 알아보고 그걸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사고가 터졌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목디스크가 심해 수술이 잡혀있었고 오늘이 그 수술날이라 아버지가 어머니가 입원해계신 병원에 가시기로 한 날이었는데 아침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아버지가 허리를 삐끗해서 걷지도 못하고 병원에 가지 못할거 같다구요. 급하게 연차를 쓰고 전전긍긍하며 아버지한테 가던중 아내에게 전화가 옵니다.
'나 주차된 차를 긁은 것 같아ㅠ 어떡해'
막 멘탈이 나가는 기분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둘만 신경쓰는것도 벅찬데 아내가 사고를 쳤네요. 그래도 아내가 마음상할까 조심스럽게 '괜찮아?' 라고 물었습니다. 괜찮답니다.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긁은 차는 심지어 외제차입니다. 범퍼를 일자로 긁었는데 경차만 몰던 아내가 큰 차에 적응을 못해 차를 빼다가 문으로 상대 범퍼를 쭉 긁었더군요.
아내가 당황을 한거같아 제가 대신 전화번호를 전달받아 차주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상대차주는 신사더군요. 자기가 일하는 중이라 저녁에 연락을 주기로 했습니다.
임신한 아내가 놀랐을까 마음이 쓰였습니다. 엄마도 아빠도 아내도 오늘 왜 이렇게 나를 못살게구나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요.
허리를 삐끗해 침대에서 나오지도 못하는 아버지께 초밥을 포장해서 식사하는걸 도와드리고 화장실 가는걸 도와드린 후 다시 집으로 왔습니다. 주차장에 아내가 긁은 저희의 새 차가 보였습니다. 문쪽을 정말 시원하게 긁었더군요.. 뽑은지 3주도 안된 차인데... 아내가 운전 못하는건 알고있었지만 이렇게 바로 새차를 다치게 하니까 정말 아내가 원망스럽더군요.
그래도 아내에게 기분나쁜걸 티내면 '나보다 차가 더 중요해?' 이렇게 나올게 뻔하기때문에 최대한 기분나쁜 것을 감추기 위해 집에 들어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수없이 마인드컨트롤을 했습니다.
아내는 놀랐는지 대낮인데도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제 눈치를 엄청 보며 나 좀 위로해줘 이런 표정으로 저를 봅니다. 정말 영혼을 담아 최선으로 괜찮은 척을 했습니다. 저도 아내와 아이가 괜찮으니 괜찮다 라는 식으로 얘기를 계속해서 했습니다. 그렇지만 제 표정이 아무리 감춰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아내가 끊임없이 제 눈치를 보고 있더군요.
저는 극단적으로 괜찮은 척을 해야했습니다. 아내가 '니가 조금만 안괜찮은 티를 내면 내가 삐져버릴거야' 라는 태도로 나오고 있었거든요. 왜 사고는 니가 냈는데 수습도 내가 해야하고 조심도 내가 해야하는가가 의문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저녁에 아버지 식사를 챙겨드려야해서 함께 새로산 차를 몰고 나왔습니다. 마음이 좀 풀린거같은 아내를 데리고 나왔는데 사고차주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가 제가 미처 사고 차주의 입장을 대변하고 말았죠.
'내가 새차를 사고 얼마 안됐는데 누가 내차를 주차중에 긁었으면 난 그 사람한테 전화오면 엄청 짜증이 날것 같다.'
이 얘기를 하자 마자 아내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하더니 말을 하지 않기 시작합니다. 자기가 서운하다 이거죠.
저희 부모님 집앞에 도착해 차를 세웠습니다. 아내는 역시 제가 예상한 말들을 쏟아냅니다. '기껏 착한척 하더니 결국 나보다 차가 더 중요한 거라고' '나는 새차 사달라고 한적도 없는데 괜히 니가 사고싶은 큰차 사서 이렇게 됐다고' '내가 이미 마음상해있는데 위로해주는게 그렇게 어렵냐고' '이미 놀라있을 내가 걱정안되고 차만 걱정하냐고'
결정적으로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되는 말은 '니가 나를 서운하게 했으니 니가 미안해해야 한다'는 거죠
저는 오늘 너무 힘든 날을 겪었는데 왜 제가 내지도 않은 사고로 제가 조심해야하고, 사고 뒷처리는 어차피 제가 해야하는데 이렇게 큰소리를 내는지 모르겠네요. 임산부라는 무적의 핑계로 모두 봐주기에는 너무 어이가 없습니다.
아내는 막 열을 내더니 자기혼자 갑자기 버스를 타고 집에 가겠다며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씁니다.
남녀분들이 싸울때 자주 겪는 여자들이 '나를 서운하게 만들었으니 니가 사과해' 이게 진짜 사람 미치게 합니다. 제 잘못은 하나도 없는데 제가 사과해야 되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착한 남편이 되어 살고 싶은데 이런 말도 안되는 것들에 늘 수긍하고 참고 살아야하나요? 왜 잘못한거 없이 늘 남자라는 이유로 죄인이 되어야 할까요.. 저만 이런건지 좀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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