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예요. 11년을 알고지냈고 6년을 교제했어요. 정말 좋은 친구였어요. 사려깊고 착하고 다정하고 성격도 정말 순했어요. 고등학교때 알았다가 중간에 연락이 잠깐 끊기고 우연한 계기로 다시 만나서 교제하게 됐어요. 제가 좀 제멋대로인 면이 있는데 제가 튀면 튀는대로 그 친구가 잘 받아줬어요. 당연히 걔랑 결혼할거라 생각했어요. 미래에 대한 얘기도 자주 했거든요. 자기가 조만간 프러포즈 하겠다고 제 손가락 만지면서 했던 말 아직도 생생해요.
근데 애인이 8개월 전에 사고가 나서 죽었어요. 그 때 저조차 믿기지 않을만큼 냉정했던거 같아요. 그 애랑 지내온 시간만큼 인맥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서 지인들이랑 인사하고 애인 부모님 옆에서 도와드리고 챙겨드리느라 그랬던거 같아요. 애인이 죽었다는 소식에 귀가 멍멍하고 티비가 지지직 거릴때 생기는 선이 눈 앞에 보이더라고요. 속도 좀 울렁거려서 변기 앞에서 한동안 엎어져있었어요. 이상하게 눈물은 안났어요. 그냥 시든 화분 하나 치우는 느낌이었어요. 장례식 다 치르고 유품 정리하면서 받은 것들 책상에 쳐박아두고 집에서 3개월을 잠만 잤어요. 직장도 그만뒀어요. 장례식장에서 너무 피곤했던건지 그냥 다 귀찮고 너무 졸리더라고요. 계속 그렇게 지냈어요.
그러다 친구가 와서 이러고 있으면 안된다고 죽은 네 애인이 얼마나 슬퍼하겠냐 이러더라고요. 근데 속으로 '지 애인 죽어도 눈물하나 안흘리고 잠만 자는 여자친구를 보고 퍽이나 슬퍼하겠네' 이생각이 들더라고요 말은 안했지만요. 친구가 거의 빌듯이 울면서 얘기해서 침대에서 나와서 다시 직장을 구했어요. 그리고 지금 다니고 있는데 약 한 달 전부터 애인이 보여요. 가끔 잘때 볼이 간지러워서 보면 남자친구가 새근새근 자고 있어요. 저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다시 자요.
집에 오면 티비도 보고있고 가끔 장을 보면 옆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도 골라서 카트에 넣어요. 티비 보면서 얘기도 해요. 무한도전 끝난지가 언젠데 토요일만 되면 11번 틀어달라고 하는게 웃겨요. 근데 제 친구가 저보고 병원을 가보라고 했어요. 제가 자꾸 혼잣말을 한다고... 그때 제가 환시를 본다는걸 알았어요. 병원에 가서 여쭤봤어요. 치료가 필요한거냐고. 그렇대요. 다 나으면 환시도 없어지냐고 여쭤봤어요. 그렇대요. 선생님이랑 상담을 하고 와서 지금까지 병원에 안갔어요. 환시인걸 아는데 애인이 막상 옆에 있으면 죽었다고 느껴지지가 않아요. 애인이 옆에서 웃으면 저는 그 모습을 한참을 봐요. 그러면 애인이 울어요. 저는 안우는데 애인이 울어요. 가슴이 아픈데 괜찮아요. 그냥 이렇게 사는것도 괜찮은거 같아요.
저 이상한거 맞죠?근데 이렇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요. 그냥 이런 삶도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대로 살수 있을거 같은데... 저 이상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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