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남편한테 미친 사람처럼...소릴 지르며 울었네요. 서로 잘 맞고, 제가 워낙 앵기는 타입에 남편도 다정- 카페에서도 휴대전화보다는 대화를 나누는 편이라 주위에서는 부러운 부부라는 말을 많이 듣곤 했어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이렇게 됐네요. 결혼 4년차고, 아이는 8개월 접어들었어요. 원래 남편이 제 말을 자주 까먹는 편이에요. 제가 했던 말을 잊어버리고 또 묻는 경우가 하루에도 몇번씩이었는데, 언제부터는 제 말을 아예 안 듣고 대답만 하더라구요. ‘우리 이번 주말에는~‘ 이렇게 실컷 말하면, 남편은 휴대전화 하면서 ‘응. 응‘ 대답하고 좀 이따가 ‘우리 주말에 뭐할까?’. 이런식. 정신이 없어서 그런대요. 늘 이 말을 자주 해요. 정신이 없다구. 그런 사람인데 아이를 낳으니 더 그랬겠죠. 남편이 아이 낳고서 많이 힘들어했어요. 싸우기도 더 많이 싸우고. (다들 그런다죠...?) 저는 만삭되면서 일 그만두고, 전업주부예요. 가만히 있질 못 하는 성격이라, 육아하면서도 하루종일 움직이는데 남편이 보기에 불편했을거예요. 자긴 쉬고싶은데 눈치보이니까요. 입장 바꿔서, 내가 회사 다니는데 육아까지 하려면 힘들겠다 싶어서, 원래가 또 부지런한 편이라 왠만하면 제가 다 하려고 했어요. 육아휴직이 아니라 돈을 아예 못 벌고 있다는 생각에 더 그런것도 있구요.. 그래도 이런것쯤은 도와주면 좋겠다 싶어서 많이 싸웠죠.. 그리고 출산 이후로 남편이 계속- 기분이 안 좋았어요. 7개월 동안요.. 집 청약이 당첨됐는데 그거 서류 준비할게 많다보니 정신없어서 그런다.. 잠이 모자라서 힘들다... 저는 예전에 조카를 본 적이 있어서 우리 아이가 순한 걸 알아요. 잘 웃고, 잘 자고 먹고.. 그래서 육아로는 힘든게 없었고 우울하지도 않고 늘 즐거웠어요. 다만 힘들어하는 남편때문에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한번은 제가 ... ‘매일같이 핸드폰만 보고 내 말에 대답도 안 하고, 너무 외롭다. 나는 힘들어도 자기가 너무 힘들어해서 힘들다고 말 할수가 없다.’ 그랬더니... ‘매일? 내가 어제도 그랬다고?’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매일같이라는게 자주 그런다는 거잖아. 내 기억엔 어제는 몰라도 이번주만 해도 거의 그랬어. 그게 중요해?’ ‘중요하지. 일주일에 3번이냐 4번이냐 7번이냐는 아예 다른 이야기잖아’ 끝에는 자기가 저렇게 말한거 미안하다고 했지만 이해 못 했다는거 알아요. 항상 결론은 마지못해 미안해 거든요... (이과여서 그런지 책을 안 읽어서 그런지.. 제 말에 공감을 잘 못 해요. ) 본인은 제가 힘든것과는 별개로, 자기는 너무 힘들대요. 육아가 힘들줄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힘들줄 몰랐고- 자기의 라이프 스타일과 안 맞는 것 같대요. 늘 제가 더 힘들거라고 말하지만, 제가 무슨 말만 하면 남편은 ’ 내가 집에서 놀아?’ 라고 자기도 하는데 당황스럽고 억울하단 표정. ... 집에서 노냐고 한 적 없어요... 앞뒤맥락과 무관하게 저말을 하곤해요. * 토요일에는 본인 취미인 축구를 아침에 하고 와서 기분이 좋은 편이에요. 그리고 한달 반에 한번씩? 1박 2일로 친구들이랑 여행 갈 일이 있었어요. 여행 다녀오면 눈치보여서 그런지 또 2주 정도는 기분이 좋아요. 회식하고 왔을 때도요. 그래서 얼마전에 또 여행 갔다오고 2주 정도 정말종말 잘 해주고 기분이 좋아서 너무 행복했어요. 남편 기분에 따라 휘둘리는 제가 너무 못 났지만, 좋았어요. 그러다 지난주 일요일, 이번주말.. 또 기분이 안 좋은 겁니다. 이유식 먹이고 세수시키는게 좀 힘들어요. 애가 이제 9키로 정도다 보니, 남편 있을때만큼은 좀 씻겨주면 좋겠더라구요. 지난주말에는 계속 인상쓰고 한숨 쉬고 그러길래, ’애기한테 아빠가 씻겨주면 좋겠다~’ 들리게 말해도 남편은 가만히 있었어요- 그러다 어찌저찌 또 웃으면서 풀었는데, 이번주말은 아예 ’자기야 애기좀 씻겨줘’했더니 대답 안 하고 한숨만 푹 쉬더라구요. 그래서 ‘됐어. 내가 씻길게’ 하고 제가 씻겼어요. 이미 혼자 애 볼때부터 애기한테 대꾸도 별로 안 해주고, 표정도 안 좋고 말도 없어서 저기압인거 알았지만.. 사실 몇 주 전부터는 제가 이 관계에 반포기 상태였어요. 남편 입에서 힘들단 이야기 안 나오려고 애쓰는 것도 포기.. 더이상 앵기지도 않고, 밤에도 대화하자고 하지 않고 각자 시간 보내고, 어제도 그냥 저 혼자 방에 들어가서 술 마시고 동영상 보고.. 저는 날마다 일기에 힘들다, 외롭다.. 남편이 힘들게 하는 점을 쓰면서 누군가와 대화하는거 대신 그렇게 풀었어요. 그러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에 비하면 별것도 아닌걸로 폭발한 거죠. ‘주말에 차라리 나가라고... 눈치 보는거 너무 힘드니까 그냥 친구들 만나고 나가라고..’ 자기가 뭘 잘못했냐길래, 앞에 상황 말했더니- 항상 그렇듯 ‘할게할게.‘ ‘늘 이런식으로 마지못해 한다고 하고, 내가 참다가 이런 말 하면 쟤 또 시작이네 하는 식으로 쳐다보고 (그러다 제가 너무 격해져서... 원래 욕 안 하는데.. 욕 자체를 아예 싫어해요..남편도 이걸 알고요..) 미친년 또 시작이네, 그렇게 생각하잖아’ 했더니 남편이 이 악물고 ‘말 가려서 해’ 이러더라구요. 못 참고 여기서 소리소리를 질렀어요. 드라마에 나오는 미친 사람처럼 아아ㅏ악아ㅏ아악!! 목이 쉴때까지 계속 이렇게 소리 지르다가 울면서, 발 구르면서 말했어요. ‘너무 힘들어. 너무너무 힘들어서 미칠것 같아. 눈치보는 거 지겹고 말해도 소용없고 늘 똑같고 매일 우는것도 지겹고 죽고싶단 생각밖에 안 들고 즐거운 일도 없고, 힘들다고 말 할 사람도 없고 애기만 아니면 뛰쳐나가고 싶다고. 나한테 애정없는거 다 안다고. 나도 더이상 애정 없다고.’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동안 남편이 애 귀를 막고 꼭 안고 있었는데, 그 순간에도 혹시 날 안아주지는 않을까? 계속 기대했어요.. 그와 함께 애기가 놀랐으면 어쩌지, 나 드디어 미쳤나보다.. 내 자신에 대한 놀라움.. 시간 조금 지나고, 남편한테 밥먹으라고 하니.. 이제 자기 밥 차리지 말래요. 그런걸로 스트레스 받으니까 자기 밥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참....그말 들으니 헛웃음이 나왔어요. 제가 ‘그럴거면 같이 왜 살아. 따로 살지’ 그랬더니 그 이야기도 나중에 하자네요. 그 뒤로 남편 종일 멍 때리고 있어요. 놀랐겠죠. 이번엔 서로 못 풀것 같아요. 제개 좀 더 참을껄.. 그렇게는 하지 말지.. 후회되면서도 어디까지 힘든걸 참아야할까 싶고.. 저는 아이낳고 아이와의 시간이 너무 행복했는데, 남편은 그렇지만은 않은가봐요. 아이를 얻고 남편을 잃었네요. 이번엔 정말 회복하기 어렵겠죠? 조금 있던 정도 다 떨어졌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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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을고비 넘겨 낳았으니 키우는건 니가 하라구요. 이혼?? 애 줘버리고 한다고 하세요. 당연한걸 해야하는데 뭔가 해준다고 생각 하는것 같은데 니 새끼 니가 키우라고 하세요.
일하는 남편 어쩌고 하기에는 남편은 주말에 여행도 가고 취미생활도 하는데 님은 쉬는 타임이 없는데요?
이혼하세요. 이혼이 답입니다.
이혼, 말이 쉽죠.
아빠 없는 애, 엄마 없는 애. 쉬운 일 아닙니다.
저때 다 비슷한 것 같은데,
내 애가 이쁠 때는 잠잘 때.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남편도 애가 이쁠 때도 한 두 번이지.
사회 생활 쉽지 않습니다. 막상 쉬려고 들어오면, 오만가지 잔소리.
차라리 나가서 술 한 잔 하는 게 낫고...
아내도 밖에서 일한 남편도 이해하지만, 집에만 박혀서 노는 건 아닌데, 독박육아의 쳇바퀴. 남편처럼 애 두고 친구랑 술 한 잔할 여유는 없고, 내 맘 알아줬으면 하는 남편은 밖으로 돌고...
애기가 딱 그정도 만할 때는,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는 여유없는 시기 같아요.
다만, 아무리 힘들어도 표현 방식이 악다구니는 역효과를 냅니다...
이혼, 순간적인 감정으로 하는 거 아닙니다. 애기가 좀 더 크고 말통하고, 다닐만 하면, 서로간의 여유도 생기니, 힘들어도 친정엄마한테 하소연을 하든지, 애키우는 친구랑 남편 욕하면서, 이런 판에 하소연도 하면서 조금만 지내보세요.
이혼, 쉽게 입에 올릴 말은 아닙니다.
힘내세요! (저희 애도 중학생인데, 어릴 때, 맨날 같은 걸로 싸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