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귄 직후부터 결혼하자고 3년을 보챈 (전)남자친구 어머니를 어제 처음 만났어요. 저는 초등학교때부터 아버지 혼자 손에 자란 터라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김수미 할머니가 젊었을 적 조실부모하고 고졸에 연예인이라 결혼 반대당했다던 얘기도 있고요. 그래도 설마했는데 딱 그 문제로 모든 게 끝장 나버릴줄은.. 남자친구랑 같이한 자리에서 아버지가 어릴때부터 홀로 저랑 오빠를 키우셨다는 얘기를 하고 나서 눈에 띄게 표정이 굳더라고요. 그러더니 아까 낮에 전화가 왔어요. 자기는 부모님이 온전히 계신 가정에서 화목하게 자란 사람이 아니면 아들이랑 결혼시킬 수 없다고요. 당황해서 머뭇거리다가 아버지가 사랑으로 잘 키워주셨고 비록 엄마는 없어도 어느 가족 못지 않게 화목하게 자랐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아무리 그래도 결핍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자식에게도 다 영향이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제 행실이 불량한 것도 아니고 제가 스스로 바꿀 수도 없는 걸 가지고 뭐라고 하시니 할 말이 없네요." 이렇게 말하다가 갑자기 욱해서 "아줌마 딸이 저랑 같은 상황이면 어떨 것 같으세요? (남친 여동생 있어요) 아줌마도 딸 결혼하기 전에 빨리 돌아가셨으면 좋겠네요. 그래서 아줌마 딸도 결혼상대 부모한테 똑같은 소리 들었으면 좋겠어요." 이러고 끊어버렸어요. 전화 다시 안 오더라고요. 심장이 쿵쾅거리고 한참 분을 못 삭인 상태로 방안에서 왔다갔다거렸어요. 생각할수록 분하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결혼이 없던 게 돼서 너무 속상해요. 지금 글쓰는 중에도 남친 보이스톡 계속 오는데 차단하니까 이젠 평소 안하던 전화를 하네요. 그런데 절대 못 받겠어요. 그렇게 쏘아붙이고 다짜고짜 전화도 끊어버려서 진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아요. 욱하는 제 성격 탓이 크죠. 같은 상황이더라도 좋은 모습 계속 보여드리면서 설득해서 시어머니 마음 얻는 사람도 있을텐데 말이에요. 근데 저는 애초에 엄마가 없단 사실만으로 흠을 잡는 분을 시어머니로 존중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상황에서 어떻게 결혼을 하겠어요. 저는 그야말로 홀애비 밑에 자란 쌍ㄴ 인증한 꼴인데요. 아빠랑 돌아가신 엄마 생각만 계속 나면서 눈물만 계속 나고 한숨만 계속 나요.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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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판녀들이 1도모르고 문제아를 응원하네 ㅋㅋ 판녀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