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다른 인터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한 해 내내 롤러코스터 같았어요. 첫 단추는 그래미 공연부터 시작해서 너무너무 좋았고, ‘MAP OF THE SOUL: 7’이 나왔고, 그렇게 좋았다가 확 내려간 거죠.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되고, 또 공부하게 되고, 그러면서 ‘Dynamite’라는 멋진 곡을 만나서 좋은 성과도 이뤘고. 이런 과정들의 반복이었어요. 롤러코스터가 무섭기도 한데, 끝나고 나면 자꾸 생각나기도 하잖아요. 올 한 해가 딱 그랬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무서웠지만 기억에 남을.
그런 한 해를 겪으면서 ‘BE’를 만들었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겠어요. 저는 방탄소년단의 앨범을 만들 때는 온전히 팀의 앨범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방탄소년단의 앨범이면서도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내 음악으로 해본다고 생각하면서 제 자신을 녹였어요. 그런데 방탄소년단의 색깔과도 잘 어울렸고, 팀의 에너지가 들어오면서 더 큰 시너지도 있었어요. 그런 방향을 생각하게 된 이유는 뭘까요? “우리가 모여서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냐?” 라는 게 이번 앨범의 시작이었어요. 이야기 끝에 결국 나온 건, “그래도 이 상황 속에서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하고 포기할 수는 없는 거잖아.”였어요. 그러면서 ‘Life Goes On’이 나왔고,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작업했어요. 팬데믹을 겪으면서 저희가 느꼈던 감정들을 그대로 담아서 더 날것의 느낌이 있다고 생각해요.
‘병’이란 테마는 어떻게 생각하게 된 건가요? 일단 ‘아, 이 곡은 병이다.’라고 생각하고 싶었어요. 작업할 때 후렴구를 먼저 작업하고, 앞부분의 벌스를 작업해요. 그런데 후렴구를 쓸 때 곡은 경쾌하지만 주제가 너무 가벼우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제 감정도 그런 감정이 아니었고. 그런데 ‘병’ 자체가, 주제는 가볍지만은 않은데, 비트에 녹였을 때 너무 우울하지 않게 그 병을 이겨내려고 하는 느낌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후렴구 작업을 하면서 스크래치도 넣고, 입으로 “뱝뱝뱝!” 하다 보니까 이 곡은 제목으로 ‘병’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일에 대한 애증을 병으로 표현한 곡을 쓴 건 의외였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름처럼 홉, 희망을 떠올리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걸로 생각하잖아요.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까 일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죠. 근데 갑자기 많은 일을 할 수 없게 된 거죠. 일할 때는 ‘아 쉬고 싶다.' 했는데, 쉬어보니까 제 입에서 “아 일하고 싶다.”라고 튀어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을 해본 거죠. ‘이게 왜 불편하지? 그냥 쉴 땐 쉬면 되는 건데, 왜 이 상황에 계속 일을 해야 될 것 같지? 직업병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지금 이 순간에만 표현할 수 있는 나의 한 부분 같았어요.
제이홉 씨 가사 중에 ‘성과에 목맨다거나’ 하는 표현은 처음 들어본 것 같아요. 지난 7년 동안 가졌던 일에 대한 부담이 뭘까 궁금해지더라고요. 활동하면서 입버릇처럼 “난 괜찮아, 희망적이니까.”라고 했는데, 그런 식으로 일에서 생기는 문제를 이겨내기보다는 회피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음악이 좋은 게 제가 하고 싶은 말들, 어쩌면 우울하고 슬픈 감정들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제가 그걸 늘 표현을 안 하다 한 번 해보고 싶었던 거죠. 일에 대해 복잡한 감정이 드나 봐요. 일이요? 하... 사실 모르겠어요. 일이라는 게 미운 오리 새끼 같기도 해요. 일이 주는 좋은 에너지도 있는 반면에 쉬어야 받는 에너지도 있고, 그런데 저란 사람 자체는 일을 하면 살아 있음을 많이 느끼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움직이고 싶고, 하고 싶고, 안 하면 불안하고, 하면 보람이 있고. 정말 가끔 일을 안 하고 싶지만 또 안 할 수는 없고. ‘일하고 같이 가는 거지’라는 거군요. 맞아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쉬워지더라고요. 너무 깊이 생각해도 어렵고. 저라고 마냥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아닌데 최대한 그렇게 노력하려고 해요. 단순한 생각을 유지하는 게 이미 단순한 일이 아니겠어요. 그렇죠. 저에게 큰 시련이 없어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 그에 대한 불안감도 항상 있어요. 진짜 큰 시련이 왔을 때, 어떤 식으로 내 자아가 형성될까 하는 불안.
선을 넘어보고 싶진 않아요? 한 번쯤은 생각해보죠. 해보고도 싶은데, 사실 제 인생, 마인드 자체가 ‘그래도 선은 넘지 말자. 그게 어떤 부분이 됐든.’ 이런 게 있어요. 그래도 음악적으로는 선을 넘는 것에 많이 관대해지고 있어요. 아직 선을 넘지는 않았는데, 본인은 ‘나도 다른 게 있는데.’ 하고 넘어서고 싶어 하는 순간이네요. 맞아요. 그게 되게 필요한 시점이에요. 너무나 운 좋게도, 사람들을 잘 만나서 좋은 성과도 얻고, 이 자리에 온 만큼 더 많은 것들을 스스로 시도하고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그래서 열심히 작업하고 있고, 어떤 음악을 해야 하는지도 생각해보고 있어요.
많이 사랑받는다는 게 어떤 영향을 주나요? 한 사람한테만 사랑받아도 너무 좋잖아요. 단 하나의 사랑만으로도 너무나 아름다운데, 그 사랑을 전 세계에서 받는 거니까요.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은 거죠. ‘와, 이 사랑을 내가 어떤 식으로 다시 표현해야 하지?’ 하면서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을 만큼 감사해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도 영광스러운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매 순간 표현하고 싶은 것 같아요. 어떤 방식이 됐든.
즐길 수만은 없을 때도 있잖아요? 그냥, 되게 단순해요. 지금 못하면 나중에 하면 되지. 그러면 생각이 가벼워지더라고요. 그게 오래 재밌게 보낼 수 있는 인생 계획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20대에 못 했던 걸 40대에 해볼 수도 있고. 물론 팔팔한 지금(웃음) 해야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겠죠. 그런데 지금 이 위치에 있다면 감수해야 할 부분이에요. 지금 즐기지 못하면 나중에 해보고. 그때 가서 느끼는 건 또 다를 거니까. 네, 그런 식으로 좀 버틴 것 같아요. 그렇게 버티는 동력은 뭔가요? 팀으로서는 당연히, 이건 너무 명확하죠. 그냥 팬이에요. 아미. 팬 여러분 때문에 우리는 이겨내야 된다는 게 있었어요. 어떤 순간에도 팬 여러분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우리가 뭔가 놓치거나 힘들다고 안 하고 싶을 때 그분들이 받게 되는 상처를 하나하나 생각해보게 되는 거죠. 제가 스무 살에 데뷔를 했어요. 사회생활도 잘 몰랐을 때죠. 그런데 팬분들이 저희에게 주는 메시지가 큰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됐어요. 보내주시는 편지를 보면 ‘아, 이분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하면서 많이 배운 게 있었어요. 팬이라는 건 정말 아티스트와 하나인 거예요. ‘Life Goes on’에서 ‘세상이 다 변했대 다행히도 우리 사이는 아직 여태 안 변했네’라는 가사가 생각나네요. 네 맞아요. 윤기 형이 쓴 건데, 그걸 보고 ‘어? 되게 표현 잘했다.’ 싶었어요. 윤기 형 정말 잘해요.(웃음) 그게 저희와 팬의 관계라고 생각해요. 호석아.. 너도 진짜 잘해 지금 병 듣고 있다ㅠㅠㅠㅠㅠㅠ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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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위버스 인터뷰들 정말 다 맘에 든다. 멤버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거 같음.
혹은 그냥 단순히 무대 위에서 춤추는 걸 봄으로 인해서, 무대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의 수준도 그렇고 우리한테 항상 비춰주는 애티튜드도 그렇고...홉이가 있으면 참 마음이 편하거든요"
RM Burn the Stage 中
알엠이 한 말인데 너무나도 호비를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