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수다떨다 대학 선배가 생각나서 끄적여봐요.
대학때 3학번 위 여자 선배님이 계셨어요.
이공계라 남자들이 많은 학과였는데 그 선배님은 광장한 카리스마로 성별 관계 없이 많은 후배들이 따르고 존경하던 선배였어요.
제가 입학했을 당시 선배보다 2학번 위인 대학원 선배와 사귀고 계셨고 그 선배 커플은 몇 년 후 결혼을 하셨어요.
저희도 결혼식에 초대받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시고 작은 선물을 준비해 주셨다고 저희 후배 몇몇을 불러 술자리를 갖게 되었어요. 명목상은 결혼식에 와줘서 고맙다, 신혼여행지에서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였지만 모두가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결혼식후 6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 였어요.
선배부부와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살짝 취해 갈 때 쯤, 다른 남자 선배 (제겐 선배, 선배 부부에게는 후배) 가 여자친구와 결혼이 망설여 진다며 고민상담을 하더군요.
그런데 선배의 남편 (이하 남선배) 이 남자한테 결혼은 족쇄다, 불행의 시작이다, 최대한 늦게 결혼 하거나 하지 말아라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옆에 선배 (이하 여선배) 가 있는데도요.
남선배가 살짝 취한 상태였긴 했어요.
여선배는 표정이 안좋아지다 급기야 남선배에게 나는 결혼해서 더 행복해졌는데 너는 아니었냐고 물었고 남선배는 남자들만의 그 특유의 허세 (제가 느끼기엔 그랬어요) 로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고, 남자는 결혼 전이 훨씬 행복한 거라고 딱잘라 이야기 하더군요.
당시 술자리에 여자는 여선배와 저, 저보다 한학번 위 선배 이렇게 3명뿐이었고 나머지 10명 정도가 모두 남자였어요.
분위기가 좀 이상해져서 그 후엔 저희 후배들이 실없는 이야기나 하면서 대충 시간을 떼우고 일찌감치 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며칠 후 여선배 학번 카페에 여선배가 이혼을 했다는 글을 직접 올렸다고 들었어요.
술자리에서의 일이 원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구요.
들리는 소문에 남선배가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면서 사과도 하고 빌기도 하고 화도 내고 협박도 했지만 여선배는 다시 받아주지 않았다고 해요.
가끔 티비에서 남자들이 결혼 하면 불행하다고 너스레를 떠는 걸 보면 그 선배 커플이 떠오릅니다.
지금은 남선배 여선배 모두 재혼해서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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