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가. 좀만 더 추가할께요. 1년동안 어찌 참았냐 하시는데, 저는 한국사람이지만 사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았습니다. 대학원생때 남편을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였습니다. 그리고 어쩌다 남편을 따라서 한국으로 와서 자리를 잡은거구요. 그래서 남편에게 더더욱 의지했고, 남편밖에 없기때문에 남편을 바라보고 더 오래 참은거 같습니다...
지금 저랑 남편은 냉전중입니다. 누가 잘못했는지 객관적인 판단 부탁드립니다. 글은 와이프인 제가 작성해서 객관적으로 쓰지만 주관적일수 있어요.
코로나땜에 아기를 봐주시던 시엄마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다가 요번에 제가 폭발을 했어요.
시댁은 저희집과 멀어서 2020년에는 시엄마가 거의 저희집에서 사셨습니다. 2017년생 10월생인 저희 딸이 코로나 터질 당시 만2세여서 불안한 마음에 코로나가 잠잠해질때까지 집에서 돌보기로 남편과 합의를 했습니다. 결론은 코로나가 끝나지 않아 아기는 작년내내 집에 시엄마와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지면 가끔 외출은 했지만 어린이집을 다시 보내야하나 말아야하나 갈팡질팡하다보면 또 코로나가 심해지고 하여 결국 한번도 보낸적이 없습니다.
허나 저희는 맞벌이입니다. 저는 둘이서 넉넉히 벌기에 (둘이 각 월 750만원정도 벌음) 시터를 원했지만 남편은 자기 엄마가 계신데 왜 돈을 주면서 시터를 구하냐고 반대했습니다. 남편이 반대한 이유는 1. 돈도 돈이지만 2. 학대/무관심으로 아기를 볼수도 있다는것과 3. 시터가 출퇴근하면서 코로나를 옮겨올수도 있는거 아니냐는거였습니다. 아무래도 핏줄인 할머니가 아이를 우선시하고 봐주지 않겠냐고요.
이 당시에는 시엄마랑 저는 사이가 괜찮았기에 알겠다 수긍해주었습니다. 결혼 5년차인데 항상 떨어져 살았고, 연락강요 이런거 없으셨어요. 근데 살아보니 시엄마는 시엄마더군요. 서운한게 너무 많지만 큰것만 보자면:
1. 음식차별. 음식이 식탁이나 바닥에 떨어지면 버리면 되는데 아깝다고 주어서 저더러 먹으라고 강요합니다. 아기가 밥을 다 흘리고 먹으면 그걸 쓸어서 제 앞접시나 밥 위에 주시면서 먹으라 합니다. 싫어하면 니 새끼가 먹던건데 더럽냐고 모성애가 부족하다고 하십니다. 저는 그럼 바로 남편그릇으로 옮겨서 남편더러 먹으라거나 그냥 보란듯이 버리긴하는데, 애초에 이러시는거 자체가 서운하고 짜증납니다.
남편한테 말했더니 남편이 옛날분이라 음식 남기는걸 싫어하셔서 그런거니 니가 이해해라 합니다. 근데 그 논리라면 남편이 먹어도 되는거자나요? 시엄마는 저만 먹으라고 강요합니다.
2. 늦잠/낮잠. 저희는 평일 월-금 9시-6시 일해요. 주말에 만약 늦잠이나 낮잠을 자게 된다면 아들은 그래도 되지만 며느리는 안 된다고 합니다. 간혹 남편이 토요일에 출근을 하고 저는 그럴일이 없습니다. 근데 그런날 제가 좀 자고 있으면 방에 그냥 들어오셔서 커텐 확 치시고 이불 빼앗으시면서 일어나라고 합니다. 그 시간이 아침 8시정도에요.
이것도 남편한테 말했더니 옛날분이시라 여자가 게으르면 안 된다고 생각하셔서 그런거라네요. 옛날분이라기엔 양가부모님들 중에 시엄마가 제일 어리세요 (제 아빠 57년생, 시아빠 62년생, 저희 엄마 63년생, 시엄마 66년생). 아직 50대이신거죠.
3. 살림. 제 돈으로 제가 사겠다는데 허락?을 맡으라고 하십니다. 예외 없습니다. 제가 쓰는 제 개인 옷, 화장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장도 본인이 직접 다 고르시고 저는 결제만 하길 바라세요. 심지어 제가 쓰는 샴푸가 있는데 그거 쓰지 말라고 자기가 고른 샴푸만 쓰라고 합니다. 아기옷도 엄마인 제 취향대로 못 사게 합니다. 너무너무 스트레스 받습니다. 그냥 제 고집대로 행동하긴 합니다만 저런 잔소리들을 애초에 들어야하는 자체가 싫습니다.
남편은 시엄마가 대신 애도 봐주고 살림을 해주니 이런 부분은 저희가 조금 양보하자 하는데요.
살림도 그렇습니다. 아기 보신다고 집안일은 거의 안 하십니다. 제가 아침 6시반에 일어나서 하루종일 드실 밥과 국이나 찌개 이런걸 해놓고 출근합니다. 밑반찬은 반찬가게에서 사먹어요 (시엄마 오시기 전부터 그래왔었어요, 이것도 시엄마가 엄청 욕하시지만 그냥 참았습니다). 그리고 퇴근하면 아기 씻기고, 설거지하고, 어질러진 집 정리하고, 빨래하고...오히려 빨래가 시엄마 옷까지 더 많아요. 빨래는 세탁기가 하는거라지만 이건 따로 저더러 손빨래 해달라고 주시는게 예상외로 많습니다. 특히 본인 속옷 세탁기 돌리지말고 손빨래하라고 하십니다. 브라 망가진다고요. 물론 남편이 눈치보고 도와줍니다. 시엄마 손빨래는 남편이 많이해요 (시엄마 몰래). 제가 애기 씻기면 남편이 부엌 들어가서 설거지하고 그럽니다. 그럼 시엄마는 애기 보느라 힘들었다고 쇼파에 앉아 티비 보시면서도, 자기 아들 설거지나 집안일 시킨다고 입으로 저한테 계속 잔소리를 하십니다. 진짜 쉬지않고요. 저는 그게 듣기 너무 싫어요.
그나마 정말 위안을 삼았던건 제가 안 쉬면 남편도 안 쉬고 알아서 도와줍니다. 제가 애기 재우러 들어가면 그 동안 남편이 나머지 집안일 해주고요.
하지만 참다참다 더이상 못 참겠어서 작년 10월부터 그냥 시터 쓰고 시엄마 보내드리자 했습니다. 근데 남편이 저를 이해하면서도 (이해하는척이겠죠) 자기 엄마한테 가라는 말을 면전에 못하는겁니다. 자꾸 저만 다독일라 그러고요.
알고보니 시엄마랑 시아빠 사이에 트러블이 좀 있어서 시엄마가 집에 가기 싫어하는것도 있었더라고요.
그렇게 지내다가 지난주 수요일에 일찍 퇴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후 3시정도에. 집에 들어가야하는데 들어가기 싫은겁니다. 아파트 집앞까지 갔는데...들어가기 너무 싫어서 급 편의점 가서 소주를 2병 사서 빈속에 마셨습니다. 아파트 밑에서요. 참고로 저는 술을 잘 안 마셔요...그래서 제 주량을 잘 몰랐습니다. 그냥 소주 2병을 진짜 단시간에 들이켰습니다. 안주도 안 샀어요.
그리고...잘 기억은 안 나는데 제가 아파트에 가서 시엄마를 들이박았답니다. 막 때리거나 폭력을 쓴건 아니고, 쌓였던 모든걸 막 다다다다 난리를 쳤답니다. 제가 시엄마한테 엉엉 울면서 막 소리지르고 그랬다네요. 심지어 시엄마가 저한테 둘째는 아들 낳으라고 먹으라고 강요했던 약이 있는데 그걸 시엄마 앞에서 바닥에 다 내동댕이 치고 아무튼 가관이었답니다 (시엄마 말). 한가지 미안한건, 딸아이가 제 그런 모습을 보고 울었다고 하네요...
결국엔 이 해프닝을 제 부모님과 시아빠께서 아시고는 시아빠가 시엄마에게 오라고 해서 토요일날 시엄마는 아예 짐 싸서 집에 가셨어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고, 파트타임 시터나 도우미 아줌마를 구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당분간 아기가 어린이집 시작하고 적응하는 동안 몇일만이라도 재택근무 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제 남편이 저한테 실망했다고 합니다. 대화로 풀어갈수 있는 문제를 제가 그딴식으로 망쳤다고 합니다. 딸아이한테는 트라우마를 안겨주었고요. 정작 딸아이는 엄마 괜찮아? 안아주던데...
남편은 여태까지 냉랭하고 집안일 도와주더니 이제는 아무것도 안 합니다. 제가 도와달라고하면 니가 원하는대로 시엄마 갔으니 이제 니가 다 하라고 합니다.
남편의 입장은: 그렇게 술 마시고 깽판치거에 너무 실망했다. 그래서 정떨어진다. 이건 명백히 니 잘못이니 시부모님께 사과해라.
제 입장은: 오죽하면 그랬는지는 생각 안 해주나. 1년 넘게 스트레스였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너한테 몇번 도움을 요청했으나 너는 항상 나한테 이해만 요구해왔다. 내가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건 인정하지만 솔직히 내가 좋게 말할때는 내 말을 듣지도 않았다. 난 후회없다. 사과하지 않을거다.
이렇습니다...
댓글 달리면 남편과 같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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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살림이 왜 도와주는거에요? 같이 사는 집인데.. 같이 하는거지..
살림이 여자일인가요?
진짜 댁 남편 ㅆㄹㄱ네요...
아..열받아...머 저런 인간하고 살자고 미국에서 왔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