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첫번째 강아지의 친구를 만들어 주겠다며 갓난 3개월 짜리를 데려왔다. 8년을 밥이던 간식이던 씹지도 않고 삼켜 버리던 너가 작년 말 사료를 씹어 먹었을때, 사고뭉치가 이제서야 첫째를 닮아 철이 들어 씹어 먹는구나, 기특하다며 칭찬을 했지. 칭찬에 힘입어 아픈데도 꾸역꾸역 밥을 먹는 줄도 모르고.. 일주일쯤 후 사료를 다 먹지 않고 남겼던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걸 깨닫고 병원에 간 순간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그저 나이가 들어서 그렇구나, 1년동안 같은 사료를 먹여 질렸구나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내가 너무나 한스럽다. 애견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며 본인과 함께 하는 반려동물이 아픈걸 어떻게 모를 수 있지? 하는 바보같은 사람이 나였다. 점점 입맛이 떨어져 사료도 화식도 아무것도 먹지 않는 너에게 건강에 안좋다고 한번도 먹이지 않았던 통조림캔을 주었더니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좋아하는걸 예전에 맛보게 해줄껄 후회가 되면서도 혹시나 더 빨리 내 곁을 떠날까봐 많이 주지도 못하는구나.. 차라리 처음부터 너를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나 싶다가도 그러면 너를 아예 몰랐을것 같아 더 슬프고, 하루라도 좀 더 함께 있고 싶은데 나의 욕심인 것만 같아 그것 또한 미안하고 죄스럽다. 현관밖 소리에 짖던 너를 꾸짖었던것, 첫째를 만지기만 해도 질투하며 싸우던 너에게 추궁한것, 그놈의 건강식이 뭐라고 정말 맛있는 것을 많이 먹이지 못한것, 병원만 가면 예민해 지는걸 알면서도 끌고 갔던것, 털이 많이 빠진다고 내방 침대에 올라오지 못 하게 한것, 또한 미용하면 하루종일을 낑낑 거리는줄 알면서도 일년에 두번씩은 미용을 시킨것, 등등 너무 많은 나의 행동들이 너를 행복하지 못하게 한것 같다. 건강했을때 더 많이 먹이고 여행다니고 즐겁게 해줄껄.. 내 옆에 잠들어 있는데도 시간이 지나 너가 없을까봐 무섭고 슬프다. 장난으로 가족들이 나를 툭툭 칠때 무섭게 달려드는 너가 없으면, 방에서 문닫고 몰래 뭘 먹으면 문을 박박 긁는 너가 없으면, 내가 쇼파에 앉으면 항상 내 옆자리를 차지했던 너가 없으면.. 집안 곳곳 내가 있던 자리에는 너의 흔적도 함께 있는데.. 더 오래 내곁에 있어 달라고 하고 싶지만 그 또한 괴롭다면, 나의 욕심 이라면, 조금 더 빨리 가더라도 끝까지 아프거나 고통스럽지만 않았으면 정말 좋겠다. 다음생이 너에게 있다면 사람으로 태어나 먹고 싶은거, 갖고 싶은거, 하고 싶은거 다 하길 혹시나 나와 함께 한 세월이 행복했다면 스치는 인연이라도 좋으니 한번만 나에게 닿아주어라. 아니면 나만 기억해도 좋으니 그저 제발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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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칼퇴해서 우리집 아가 꼬옥 안아주고 산책도 다녀와야겠어요 너무 슬프다